자유로가 시원하게 뚫리면서 통일로를 이용하는 차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지만 국도 1번인 통일로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길이다.

한순간 서울을 아득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우거진 신록이며 맑은 공기,
농부들의 바쁜 걸음과 평화로운 들판, 열어놓은 차창으로 짙은 밤꽃 향이
쏟아져 들어온다.

어느 때보다 통일로 드라이브의 남다른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요즘이다.

그 통일로변에 인적 드문 그윽한 분위기의 능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도 1기도 아닌 3기씩이나 있다.

별 생각없이 달리다 보면 십중팔구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하지만 구파발 삼거리에서 통일로휴게소와 필리핀참전기념비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공순영릉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최근에는 공순영릉 입구를 알리는 곳이 두곳으로 늘어났다.

처음 나타나는 표지판만을 보고 따라 들어가면 하니랜드라는 놀이공원을
먼저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도 공순영릉과 이어지지만 정문 출입구는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
가서 나온다.

어느 쪽으로 진입하든 목적지로 가는데는 별문제가 없다.

공순영릉은 공릉 순릉 영릉 등 3기의 능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공릉은 조선 예종의 원비 장순왕후의 능이다.

한명회의 딸로 16세 때 안성대군을 낳고 17세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순릉은 조선 성종의 원비 공혜왕후의 능이다.

그녀 역시 한명회의 딸로 장순왕후의 누이동생이다.

11세에 결혼했으나 후사가 없이 지내다 19세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하직했다.

영릉은 영조의 큰 아들 효장세자(사도세자의 형)와 그의 비인 효순왕후
조씨의 능이다.

효장세자는 6세 때 왕세자로 책봉받았으나 10세 때 세상을 떴다.

우연히도 공순영릉은 어린나이로 유명을 달리해 제대로 인생을 펴보지 못한
조선시대의 왕과 왕비를 모신 능이다.

그런 내력 때문인지 왕실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서 능이나 묘원의 규모가
어느 왕릉에도 뒤지지 않는다.

꿩과 까투리가 풀쩍풀쩍 날아다니는 능역은 깊은 숲속을 방불케 한다.

잣나무 전나무 밤나무 참나무 등 여러 종류의 수목들이 울창하게 하늘을
가렸고 청정한 공기가 깊은 호흡을 내쉬게 한다.

잘 정돈된 묘역 곳곳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이 많아 가족들이 돗자리를
깔고 책을 읽거나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북적거리는 인파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신록 우거진 이맘 때나 늦은 가을 이곳은 더욱 호젓하고 그윽한 분위기를
간직한다.

낙엽이 수북 쌓인 오솔길을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이준애 < 한경차동차신문 출판부장 >


[ 어떻게 가나 ]

구파발 삼거리에서 국도 1번을 타고 문산 방면으로 달린다.

벽제관 삼거리 통일휴게소 필리핀참전기념비를 지나 12km쯤 가면 오른쪽으로
공순영릉을 알리는 1차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3.8km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정문 출입구가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해 0.8km 들어가면 공순영릉 주차장이다.

-----------------------------------------------------------------------


[ 둘러볼 만한 곳 / 식사는 어디서 ]

아이들을 동반한 나들이로 더욱 좋은 것은 공순영릉을 둘러보고 난 후 바로
이웃에 놀이동산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능역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오솔길(승용차 출입 가능)을 따라 1km 남짓
들어가면 작은 언덕을 넘어 하니랜드(0348-945-2250~1)가 이어진다.

북적거리는 여느 놀이동산과 달리 자연속에 묻힌듯 자리잡은 이곳은 아직
그다지 알려지지 않아 찾는 사람이 드물다.

유명 놀이동산에서 줄서기에 지친 아이들에게 이곳은 통째 자신의 놀이터가
된다.

유명 놀이동산은 어린이들을 위한 최상의 공간이다.

기차 목마 버스 풍선타기 등을 비롯해 최신 놀이시설과 호수공원보트장
잔디썰매장 가족골프장 야외공연장 잔디구장 수영장 등을 갖추었다.

겨울에는 눈썰매장도 운영한다.

오전 10시~오후 6시30분까지 개장.

서울에서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찾을 수 있는 공순영릉과 하니랜드는 어느
곳보다 실속있는 나들이 코스가 될 것이다.

공순영릉 입구에 매운탕집이 한곳 있고 하니랜드 주변에 대규모 음식단지가
들어서 있다.

유원지 음식보다 정성이 담긴 별미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조금만
움직이면 통일로 주변의 소문난 맛집들을 순례할 수 있다.

문산 사거리에서 적성 화석정 가는 길에 있는 나루터집(0348-52-2723)은
전국에 소문난 장어구이 전문점.

외관은 허름하지만 장어맛만은 어느 유명 호텔에서도 따라오지 못한다고.

임진강에서 직접 잡아올린 장어를 재료와 70년 노하우가 담긴 양념을
써서인지 구운 맛이 쫄깃쫄깃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얼큰한 매운탕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한다.

양주군 백석면 기산리로 방향을 틀면 분위기 있는 카페와 예쁜 외관의
음식점이 기다린다.

아름다운 세상(0351-876-9277)은 무공해 솔잎 주스와 버섯전골이 자랑이다.

큼직큼직하게 썰어넣은 두부와 자연산 버섯이 어우러진 전골은 구수하고
매콤한 맛을 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