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멋은 바다다.

거친 바람과 함께 제주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속세의 때가 말끔하게 씻겨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곳에서 신혼부부들은 인생을 설계하고 노부부들은 지나간 여생을 회고
한다.

바다의 풍광을 가장 잘느낄 수있는 곳으로 제주사람들은 단연 송악산을
꼽는다.

지도에도 잘나타나지 않을 만큼 알려져있지 않지만 제주의 자연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송악산은 제주에서 한라산보다 더 아름다운 산이다.

한라산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절경은 일품이다.

특히 깎아지른 해안절벽에 와서 부딪히는 파도소리는 강한 감동을 준다.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바람인 모슬포 바람도 이곳에 서있으면 강하게
실감할 수 있다.

송악산은 가파른 산이 아니다.

높이가 1백80m인 주봉을 중심으로 넓고 평평한 초원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위에 서너개의 봉우리가 형성돼 있다.

한바퀴 도는데 30분도 안걸린다.

주봉에는 둘레 5백m, 깊이 80여m의 분화구가 있다.

그 속에는 아직 검붉은 돌들이 남아 있다.

움푹 패인 이 분화구는 소나 말이 빠지면 올라오지 못할 정도로 가파르다.

송악산은 행정구역상으로 남제주군 대정면 하모리.

제주도 본섬의 남쪽 끝이다.

마라도 가파도등 국내 최남단의 섬들과도 지척의 거리다.

송악은 송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송이는 화산재를 뜻하는 제주도
말로 돌 자체에 기포와 영양분이 담겨 있어 난과 분재를 키우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물이 쉬 스며들면서도 쉽게 마르지 않고 수분이 적당하게 유지되어 식물이
썩지 않는다고 한다.

바닷가 해안절벽에는 태평양전쟁때 일본군들이 배를 감추기 위해 인공적
으로 파놓은 군사용 동굴이 여러개 있어 지난날의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4.3사건 당시 이곳에 사람을 모아 죽였다는 섬뜩한 얘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송악산의 흥취는 산자체의 풍경보다도 이곳에서 바라다 보는 제주도 전체의
풍광에서 나온다.

동쪽으로는 형제섬,서쪽으로 제주도의 돌담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대한민국 최남단의 섬 마라도와 가파도가 들어온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한라산과 서귀포 시내까지 보인다.

그야말로 제주도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송악산에서 한라산을 바라다보면 섬이나 바다 한가운데서 한라산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근처 삼방산의 경치도 이곳에서 봐야 제격이다.

그야말로 제주를 상징하는 각종 사진들은 이곳에서 찍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벽근처에서 포즈를 잡다가 위험한 경우도 있다.

송악산 밑 절벽 바닷가에는 낚시꾼들이 자주 찾아 갯바위 낚시의 스릴을
맛보고 있다.

송악산 해변의 평균 수심은 20~30m나 된다.

수중동굴이 잘발달돼 대형돌돔이나 자바리 다금바리 감성돔 참돔 등이 잘
낚인다.

5~7월과 10~12월이 성수기.

< 제주=오춘호 기자 ohchoon@ >

[ 여행메모 ]

<> 가는 길 =송악산은 아직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버스
등이 다니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제주시나 서귀포시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찾는 것이다.

렌터카를 취급하는 곳은 20군데나 된다.

렌터카가 여의치 않으면 제주시에서 모슬포방면으로 20분 간격으로 운행
하는 직행이나 완행버스를 타고 사계리에서 내리면 된다.

사계리나 모슬포에서는 목적지까지 걷거나 택시를 타면 된다.

<> 먹거리.숙박시설 =송악산 아래에는 횟집과 제주 향토음식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송악산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한반도의 가장 남쪽 끝에 있는 마라도를
가보는 것도 방법.

배는 하루에 7회 운항한다.

숙박은 근처의 민박이나 콘도 등을 이용한다.

특히 최근 제주에는 콘도가 많이 들어서 숙박문제가 옛날보다는 어렵지
않다.

[ 여행속 여행 ]

송악산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산방산이 나오고 산방산휴게소에서
10여분 걸어 내려가면 뛰어난 해안절경과 마주친다.

해안의 언덕모양이 마치 용이 머리를 틀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용머리해안이라고 불려지는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중국의 진시황이 이곳의 용머리가 왕이 나타날 명승지임을
알아차리고 사람을 보내 용의 꼬리부분과 잔등부분을 칼로 끊어 버렸는데
이때 피가 흘러 내려 산방산이 괴로워 울었다고 한다.

이곳의 해안절벽은 수천만년동안 쌓인 사암이 편마암처럼 층을 이뤄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용머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국내 최초로 들어온 하멜의 표착기념비가 서
있다.

여름에는 이곳 해안에서 수영과 수상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