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는 34살의 직장 여성 K씨.

끔찍한 두통으로 처음에는 뇌종양이 아닐까 생각했고 심한 구토와 구역질
때문에 만성 소화불량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눈앞에 번쩍 거리는 환시현상이 일어날 때에는 안과를 가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 증상들이 편두통이라는 것을 아는데는 3년이 걸렸다.

17세의 여고생 L양.

술에 취해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 살려달라고 우는 어머니.

이런 광경을 어릴때부터 접해온 L양은 심한 두통과 환시로 시달리고 있다.

38세의 C부장.

화급을 다투는 업무가 폭증하는 날이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조증상이
나타나면서 2~3시간 머리를 압착기로 죄는 듯한 격렬한 편두통에 시달리기
일쑤다.

편두통은 갑작스런 신체내부 및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해 두개강 안팎의
동맥혈관이 비정상적인 반응을 할때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재규 교수는 "처음 60분 이내에는 뇌혈류량이 떨어져 뇌세포
의 대사감소가 나타나고 시야가 흐려지거나 섬광이 나타나고 사지저림
언어장애 등의 전조증상이 나타난다"며 "이후 뇌혈관이 확장하면서 주위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심신에 미치는 스트레스가 뇌간에 신호를 보내고 얼굴에서
이마로 흐르는 삼차신경이 자극받는다.

삼차신경 말단에서는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고 혈관을
팽창시킨다.

이로 인해 인접한 신경말단이 심하게 자극받으면서 두통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편두통이 발병하는데는 심리적 원인이 적지 않다.

노 교수는 "아이들은 과중한 학습부담에서, 여성은 월경 폐경에서 오는
호르몬분비 변화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로 편두통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며
"직장 스트레스로 남성들의 편두통 발생률이 외국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유전적 요소도 개입돼 있다.

전조증상이 뚜렷한 편두통을 보이는 특정한 가계일수록 더욱 그렇다.

특정음식도 큰 원인이다.

술(특히 적포도주) 화학조미료 핫도그 소시지 초콜릿 연육제 오래된 치즈
효모 등이 대표적이다.

노 교수는 그러나 이는 다소 서양적인 잣대라며 이런 음식을 절제하는
식사요법은 효과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임상경험상 한국인에 있어서는 화학조미료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지적.

편두통은 스트레스와 음식을 조절하고 규칙적인 수면으로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다.

음주 흡연 피임약복용은 중단하는게 좋다.

약물치료는 1차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2차 맥각에서 추출한 에르고타민계열
약물, 3차로는 5-HT수용체를 자극하는 트립탄계열 약물 등이 선택된다.

편두통환자는 혈관내 5-HT 농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데 트립탄계열
약물은 5-HT1수용체만을 선택적으로 자극, 혈관을 수축시키고 염증을
줄인다.

슈마트립탄이라는 약물의 임상시험결과 복용후 2시간이 지나면 환자의
31%가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고 61%는 현저한 증상호전을 보였다.

노 교수는 "편두통은 가만히 놔둬도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자세한
병력청취를 통해 발병원인을 정확히 진단 치료하는게 중요하다"며 "진통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질병기간만 연장되고 경제적인 손실도 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