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강구항은 TV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가 방송되기전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

촬영무대라는 "사연"하나가 추가됐을 뿐인데 어느날 갑자기 명소로
떠올랐다.

그것은 재발견이었다.

강구항은 아담한 해안풍경, 깨끗한 바닷물, 고적한 정취, 길다란 해안도로
등 명소요건을 애초부터 갖추고 있었다.

특히 특산물 영덕대게는 모항인 강구보다 더욱 유명하다.

경북 영덕군 강구는 요즘 주말이면 일출관광객들로 들끓는다.

촬영무대였던 삼사해상공원 언덕이 대표적 일출맞이 자리.

오전 7시전후면 붉은 기운이 감돌며 일출이 시작된다.

여름철 일출의 이글이글한 열기가 요즘엔 따뜻한 온기로 느껴진다.

햇살은 여름보다 더욱 강렬하고 파도도 높다.

시간이 흐르면서 붉은 기운은 세상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찬란한 광경이 강렬하게 들어온다.

짧은 일출이 길다란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영덕군은 이달 31일과 내년1월1일 강구에서 해맞이축제를 연다.

해가 중천에 솟으면 강구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구는 항구라기보다 포구라고 부르는게 적합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인구는 9천여명이며 정박배도 1백여척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곳에는 삶의 활기가 넘쳐난다.

이른 아침 항구에는 으레 경매장이 선다.

귀항 어선들이 쏟아낸 오징어 양미리 방어들이 매매되는 것.

특히 겨울철엔 특산물인 "영덕대게"가 대량 거래된다.

전국 최대규모다.

강구 앞바다와 동해 연안에서 잡힌 게들 대부분이 이곳 어시장으로
집결하기 때문.

어시장에는 1.5km에 이르는 대게타운이 형성돼 있다.

이곳에선 대게가 마리당 8천원부터 7만원까지 다양하게 팔린다.

홍게는 이보다 훨씬 싼 2천~5천원선.

2만원어치만 사면 두세명이 배불리 먹는다.

홍게는 살이 덜 차고 맛이 약간 짜지만 대게는 쫄깃쫄깃하고 심심하다.

대게는 요즘 제철을 만나 연말연시 선물로 인기리에 판매된다.

항구에 황혼이 깃들면 멸치잡이 어선들이 소란스럽다.

어부들이 "우이싸" 고함치면서 그물망에 담긴 멸치들을 들어 올린 뒤 다시
"우싸"하면서 그물을 빠르게 내린다.

이런 "후리기"과정에서 멸치들은 그물에서 빠져나와 배위에 흐트러진다.

한 아주머니는 "요즘엔 고기가 잘 안잡혀요"라고 말한다.

얼굴에는 시름만큼이나 주름이 깊다.

어선 주변에는 수많은 갈매기들이 맴돌며 "끼룩끼룩"하고 운다.

어부들의 고함과 갈매기울음에 겹쳐지는 "쿠르릉 쾅 쏴아아"하는 파도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화음 같다.

강구에서 북쪽 해안도로로 20분쯤 달리면 대진포구에 이른다.

이문열의 소설 "젊은날의 초상"에서 주인공에게 이 포구는 "방황의
종착역"이었다.

바다에서 그는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진정한 출발"임을 깨달았다.

"어머니의 바다"에서 살던 태아시절 가졌던 "삶의 욕망"을 되찾은
것이었을까.

<> 교통 및 숙박 =기차로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간 후 버스로 영덕 강구로
간다.

승용차로 문경~안동~영덕코스를 타도 된다.

강구항 주변에는 동해비치호텔(*0564-733-6611)과 동해해상비치호텔
(*0564-733-2222)을 비롯 수십개의 여관과 민박, 횟집들이 영업중이다.

< 유재혁 기자 yoo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