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시즌이다.

이달초 설악산에서 불붙기 시작한 단풍이 산정에서 아래로, 북부에서
남부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난9월 평균기온이 지역별로 예년보다 2~5도 높아 단풍시기도 지난해보다
1주일정도 늦춰졌다.

이에 따라 단풍 절정기는 설악산의 경우 이번 주말께, 중부와 남부
고지대는 이달말께, 중부해안과 남부지방은 내달초순께, 남해안 도서지방은
내달 중순께 각각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이변탓에 올 단풍은 대체로 색깔이 예년보다 못하다.

하지만 단풍터널, 애기단풍, 돌단풍 등 각양각색 단풍은 혼탁한 삶에
청량감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단풍사진을 찍을때는 역광이나 사광에서 셔터를 눌러야 색감이 살아난다는
점을 기억해두는게 좋다.

단풍명소 7곳을 찾아가 보자.

<>설악산=설악동에서 희운각에 이르는 외설악 천불동계곡에 단풍터널이
열렸다.

옻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등 활엽수 들의 오색 향연은 최고의 단풍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설악 단풍도 볼만하다.

백담사쪽 12선녀탕계곡엔 현란한 단풍이 계곡물을 채색하고 있다.

한계령쪽 장수대계곡 단풍도 물이 올랐다.

특히 대승폭포로 가는 2km 산길엔 울창한 단풍수림이 전개돼 있다.

설악산관리사무소 * (0392)636-7700

<>오대산=비로봉 정상에서 굽어보면 단풍이 웅장한 산 전체에서 일시에
타오르는 듯하다.

설악산 단풍이 기세 등등하다면 이 산의 단풍은 산세와 어우러져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월정사 일대 침엽수림의 초록빛과 함께 온갖 색조로 치장하고 있다.

비로봉가는 길인 상원사근처 관목숲도 색동옷으로 갈아입었다.

비로봉 주릉에서 북대령이나 북대사로 하산하는게 최상의 단풍코스다.

국립공원내 소금강 청학동계곡 단풍도 절경이다.

방아다리, 송천, 부연약수 등에 들르면 단풍과 약수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오대산관리사무소 * (0374)332-6417

<>소요산=경기도의 소금강으로 일컬어지는 소요산은 기암괴석과 단풍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

소요산 주차장에서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물감을 뿌린듯한 단풍길이
내닫는다.

등산객들은 풍경화 속을 걷는 기분에 젖게 된다.

낙엽이 소슬바람에 떨어져 개울가에 흩어진 모습에서 가을정취에 젖어
든다.

계곡물소리는 여름보다 청아하게 들린다.

산행시간은 4시간 정도다.

산행 후 3번 국도를 타고 연천쪽으로 10여분 올라가 초성리역 부근에서
344번 지방도로를 타면 신북온천에 닿는다.

소요산관리사무소 * (0357)860-2065

<>계룡산=충남 대전시와 공주시 논산군 등 3개 시군에 걸친 명산이다.

대전쪽 동학사 계곡과 공주쪽 갑사계곡 단풍이 단연 최고이다.

갑사~남매탑~동학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택하면 양 계곡의 단풍정수를
모두 만끽할 수 있다.

또 동학사에서 은선폭포를 거쳐 삼불봉~남매탑~동학사로 되돌아 오는
코스도 좋다.

동학사에서 은선폭포에 이르는 약1km 구간에선 쌓인 낙엽을 정감스럽게
밟고 지난다.

산행 후 동학사 입구 유성온천에 들르면 피로를 쉽게 떨쳐낸다.

계룡산관리사무소 * (042)825-3002

<>지리산=남원쪽 뱀사골과 구례쪽 피아골 단풍이 아름답다.

14km에 이르는 뱀사골은 계곡이 울긋불긋하게 물이 든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소들의 청동빛과 붉은 단풍의 보색 대비가 선명하다.

피아골은 과거 빨치산들의 피 빛을 연상케할 정도로 붉다.

피아골은 단풍이 물빛과 사람을 붉게 적신다고해서 삼홍계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능선에는 관목 단풍대가 발달해 있다.

지리산북부관리사무소 * (0671)625-8911

<>월악산=충주호 주변을 두른 암봉의 돌단풍이 절경이다.

송계계곡과 용하구곡 등 경승지, 미륵사지와 덕주사 등 문화유적지,
수안보온천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두루 갖췄다.

산행기점은 수산리마을.

마을 회관을 지나 40분 정도 떨어진 보덕암을 지나 주능선까지 낙엽송
단풍 숲길을 걷게 된다.

등산로 곳곳에서 사다리와 로프다리위에 늘어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능선에서 굽어보는 충주호 풍광은 다도해 절경을 방불케 한다.

월악산관리사무소 * (0443)642-3250

<>백양사=전남 장성 백암산(722m)에 있는 백양사일대는 당단풍(애기단풍)
최대 서식지이다.

엄지손가락 절반 크기의 애기단풍은 일반 단풍보다 크기가 작지만 붉은
색상은 더욱 다양하다.

내장산 단풍이 인공조림에 의한 것이나 백양사 단풍은 자연의 산물이다.

특히 노란색 은행잎과 비자잎, 주황색 홍시, 절 뒤편에 있는 흰색
백학봉 등과 어울려 눈부신 색상을 꾸며낸다.

백양사 입구 산책로를 따라 펼쳐진 단풍터널은 내달초께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

비자나무의 노란 단풍은 직시하기 힘들 정도로 화사하다.

내장산남부관리소 * (0685)392-7822

<< 아하 ! 단풍 이래서 붉구나 >>

단풍은 일조시간이 줄고 최저기온이 생육최저온도인 섭씨5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나타난다.

나무들은 물을 잘 빨아들이지 못해 증산작용을 억제키 위해 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엽록소는 합성을 중단한다.

이때 안토치안이 드러나면 붉은 단풍, 카로틴과 크산토필이 생기면
노란단풍이다.

산전체에서 20% 정도 물들었을때 첫 단풍시기로 보며 80%정도 번졌을때
절정기로 간주한다.

< 유재혁 기자 yoo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