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에게 5일장은 어린시절 최대의 사건이었다.

벼르던 물건들을 사려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장터에 가면 세상 구경에
발길을 뗄줄 몰랐다.

각종 진기한 물건에 넋을 빼앗긴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시장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웃음, 시끌벅적한 흥정, 약장수들의 차력시범 등 진풍경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투전이나 씨름판이라도 벌어지면 ''물건사기''는 아예 뒷전이었다.

사람들은 장터에서 안부를 묻고 인심을 나누며 애환을 풀어놨다.

모든 뜨내기들에겐 장터가 고향이었다.

5일장은 산업화 그늘에 밀려 쇠락일로에 들어섰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에선 30여곳, 전국적으로 5백여곳에 이른다.

이들 5일장터 기행은 "향수로의 여로"다.

특히 추석무렵에는 물품구입과 함께 주변 명승지관광을 겸할 수 있다.

전국 5일장 내용은 해당 시 군청에 물어보면 된다.

수도권 주변에도 가볼만한 장터가 많다.

<> 모란장 =국내 최대규모의 5일장.

장꾼들만 2천여명에 이른다.

5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든다.

개장일자는 끝자리 4,9일.

장소는 성남 버스터미널 뒤편 복개천.

대규모 고추 집산지여서 고추냄새로 콧등이 간지러울 정도다.

닭 오리 등 가금류와 개고기시장으로 유명하다.

화훼 잡곡 약초 의류 신발 잡화 등 온갖 물품이 가득하다.

3천원이면 술과 안주를 마음껏 먹는 돼지고기뷔페포장마차 등 먹거리도
풍성하다.

추억의 약장수들이 동물서커스를 펼치기도 한다.

장터구경을 한후 남한산성에 올라봄직 하다.

<> 안성장 =소설"허생전"에서 주인공이 과일 매점매석으로 떼돈을 번
시장이다.

요즘엔 안성포도와 배가 많이 나와있다.

"안성맞춤"이란 말은 이곳 수공예품에서 유래됐을 만큼 유기품질은
최상급이다.

끝자리 2,7일에 시외버스터미널과 상설시장 사이 대로변에서 열린다.

장을 본 후 포도밭들을 지나 청룡사로 가는 코스가 유명하다.

<> 평택장 =평택역 근처 상설 통복시장 언저리에서 끝자리 0,5일에 선다.

곡물전 채소전 옷전 가축전 등이 펼쳐진다.

가축전에선 애완용 강아지와 토끼 등이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곡물전엔 누룩 녹두 찹쌀 등 온갖 곡식이 가득하다.

시내를 가로질러 소사동에 가면 조선시대 경제개혁조치인 대동법이
평택에서 최초로 시행됐음을 알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 포천장 =포천다리 입구에서 끝자리 0,5일에 열린다.

약초전엔 북어껍질, 굼벵이, 지네 등 민간요법에서 효험이 있다는 각종
약재가 즐비하다.

생선전 과일전 옷전과 함께 갈비집 들이 많다.

장터입구에는 아주머니들이 양쪽에 늘어서 곡물과 나물을 판다.

의정부에서 포천장터로 가는 길엔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포천장터에서 43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산정호수에 이른다.

<> 강화장 =강화읍 시외버스 터미널근처 상설시장옆에서 끝자리 2,7일에
개장.

특산물 화문석과 순무 메주 등을 살 수 있다.

토산품센터앞에선 화문석을 놓고 흥정을 벌이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띈다.

화문석은 흰색보다 누런색을 띤게 더욱 가치가 높다.

강화에는 전등사 보문사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 유재혁 기자 yoojh@ >

[ 수도권 5일장 ]

<> 시.군 - 장터 일정(일장)

<>평택 - 안중(1.6) 서정(2.7) 평택(5.10)
<>남양주 - 장현(2.7) 마석(3.8) 광릉(4.9)
<>용인 - 백암(1.6) 김량장(5.10)
<>파주 - 금촌(1.6) 조리(2.7) 법원(3.8) 광탄(5)
<>화성 - 남양(1.6) 사강(2.7) 조암(4.9)
<>포천 - 내리(1.6) 일동.관인(2.7) 이동(3.8) 운천(4.9) 포천(5.10)
<>여주 - 태평(1.6) 여주(5.10)
<>양주 - 덕정.화산(2.7) 가납(4.9)
<>안성 - 공도.주천(3.8) 죽산(5.10) 안성(2.7)
<>김포 - 양곡(1.6) 김포(2.7) 통진(3.8) 마곡(4.9)
<>강화 - 강화(2.7)
<>성남 - 모란(4.9)
<>일산 - 일산(3.8)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