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빅애플클래식(16-19일)이 끝난후 "박세리가 4승에 실패했다"는 표현이
많았다.

이 표현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타당하다면 "한국축구대표팀이 월드컵우승에 실패했다"는 표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골프대회 우승은 예측불능이다.

박세리가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며 메이저2승까지 따냈다고 해도 그녀의
추가우승은 언제가 될지 전혀 알수 없다.

프로골프세계에서는 우승한번 하고 사라진 선수가 비일비재하고 더구나
3연승은 십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기록이다.

"4승에 실패했다"는 표현은 "당연히 우승해야하지만 못했다"는 맥락이다.

그것은 한국축구가 월드컵우승을 "아깝게 놓쳤다"는 표현과 같다.

골프는 절대 출전대회마다 우승이 당연시 될수 없다.

언제 또 우승할지 모르는 박세리에 대해 출전할때마다 "4승에 실패했다"고
말할 것인가.

"44위로 부진했다"는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톱프로도 44위를 할수 있고 커트도 미스할수 있다.

골프는 게임의 성격자체가 "톱프로=톱순위"를 보장하지 않는다.

부진하다는 표현은 적어도 시즌의 상당기간 줄곧 하위권에 맴돌때 써야하는
표현이다.

2연승을 하고 그 다음대회에서 44위를 한 것은 부진이라기보다는 골퍼
누구나 "이해해야하는 흐름"이다.

박세리가 갑자기 떴고 너무도 예상외의 성취를 했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대에 앞서 우리는 골프라는 게임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