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박세리(21.아스트라)가 우승하면 지난해 매스터즈에서 타이거 우즈
우승의 재판이 될 것이다.

18번홀에서 아버지를 포옹하는 것도 똑같을테고 세계골프계에서 우즈와
비슷한 대접을 받게 되는 것도 같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박이 우승할수 있을까.

객관적으로는 우승확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스포츠 세계, 그것도 골프에서 우승을 단정하기가 얼마나 위험한가는
골퍼들이 더 잘 알지만 박의 골프, 박의 캐릭터로 볼때 그리 쉽게 우승찬스를
날려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이 바로 그같은 분석의 이유.

<>박이 우승경쟁을 할때 박과 겨룬 선수들은 한결같이 스스로 무너졌다.

LPGA챔피언십 초반 리사 월터스가 그랬고 최종라운드에서는 리사 해크니가
그랬다.

그리고 이번대회에서도 1-2라운드 동반자였던 도나 앤드루스및 캘리
로빈스가 그랬으며 이날 3라운드 동반자였던 리셀로트 노이만(32,스웨덴)이
그랬다.

지난주까지 상금랭킹 1위인 앤드루스는 박이 70타를 친 2라운드에서
75타였으며 상금 15위 로빈스는 연속 76타를 치며 탈락했다.

지난주까지 스코어링 2위, 퍼팅 1위, 상금 3위, 버디부문 6위로 견실함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노이만 역시 이날 11번홀부터 15번홀까지
무려 5개홀 연속 보기를 범했다.

10번홀까지 박세리에 2타나 앞선 단독선두위치에서 5연속 보기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무너졌다고 할수 밖에 없다.

이같은 현상은 박이 철저하게 자신만의 골프를 치기 때문이다.

남의 플레이는 전혀 관심밖이기 때문에 동반자들이 먼저 질리는 인상.

3라운드때는 강풍으로 인해 샷이 많이 날렸지만 언제나 핀을 보고 쏘는
박의 강심장에 다른 선수들이 주눅이 드는 분위기이다.

<>전적에 나타나듯 박과 5타차 이내(2백19타까지)의 경쟁자는 6명이다.

그러나 박의 흐름으로 보아 최종일 크게 무너질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경계 대상은 역시 노이만정도일 것이다.

마지막날 동반자가 된 바리 매카이(23,영국)는 아직 박의 상대로는
미흡한 느낌.

<>박의 가장 큰 무기는 "잃을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곳 선두권선수들의 코멘트중에는 "박은 앞으로 20번이나 더 US여자오픈에
출전할수 있을텐데 쫓길게 뭐가 있겠느냐"가 많다.

박은 소신껏 쳐서 되면 되고 안되면 안되는 것으로 그런 객관적 상황이
남들보다는 유리하다.

이는 박의 성격이 다른 선수들보다는 훨씬 압박감을 덜 받는다는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박의 우승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쇼트퍼팅이다.

3라운드를 지켜봤을때 박의 드라이버샷이나 아이언샷 정확도, 그리고
클럽선택등은 역시 세계 톱수준이었다.

그러나 박은 1m내외의 쇼트퍼팅미스로 전부 보기를 한다.

샷이 좋으니 원천적 실수는 별로 없게 마련.

그러나 박은 3라운드까지의 총 7개보기와 1개의 더블보기중 60cm-1m거리의
쇼트퍼팅 미스가 5번이나 됐다.

특히 이날 10번홀(파5)에서 50cm가량의 퍼팅을 미스, 더블보기를 한 것은
박의 최대 숙제로 볼수 있다.

최종일의 결정적 순간 그같은 퍼팅이 나오면 우승이 날아가는 것이
골프의 역사.

이곳 그린이 워낙 어렵고 핀위치도 까다롭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 보기도
그같은 쇼트퍼팅 미스가 많지만 우승을 하려면 그같은 미스가
다른선수들보다는 적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