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야구실력이 어느날 갑자기 중학생실력으로 쇠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골프만큼은 메이저우승의 세계최정상실력이 하루 아침에
보기플레이어수준의 아마추어골프로 변할수 있다.

91년브리티시오픈우승자 이안 베이커 핀치(37, 호주)가 그 장본인.

23일자 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지는 베이커핀치 스토리를 무려 10페이지에
걸쳐 다루었다.

다음이 바로 베이커핀치의 "골프란 무엇인가"이다.

<>.베이커핀치는 91년 로열 버크데일GC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3, 4라운드에서 64-66타를 치는 등 합계 2백72타로 완벽우승했다.

당시 우승은 그의 깨끗한 스윙만큼이나 거칠것이 없었다.

핀치는 그때우승으로 미PGA투어의 10년시드권을 확보했고 65세까지의
브리티시오픈출전도 보장됐다.

그러나 그이후 핀치의 골프는 수직 낙하했다.

그것은 프로역사상 최악의 슬럼프로 일컬어진다.

-그는 지난 3년동안 딱 한번 커트오프를 통과하는데 그쳤다.

지난2년동안은 전혀 커트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그 결과 총32번의
미투어대회출전에서 상금은 "제로"였다.

-95년 세인트앤드루스GC 올드코스에서의 브리티시오픈에서 그는 무려
1백70야드가 휘는 "역사적 샷"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1번홀 드라이버샷이 엄청난 훅이 되며 왼쪽의 18번홀 페어웨이까지 넘기며
OB가 된 것.

올드코스의 수십년된 "올드 캐디"들도 아마추어 비기너들을 통털어 그같은
샷은 처음보았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그는 기록을 냈다.

지난해 현대마스터즈(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 프로암대회에서 핀치는
66타의 코스레코드를 세웠으나 정작 1, 2라운드에서는 연속 90타 가까이
치며 탈락했다.

<>.그의 몰락스토리는 너무도 많다.

오죽하면 캐디들이 다음 얘기를 할까.

"누구 백을 메는 것이 가장 좋지?"

"두말하면 잔소리.

베이커 핀치야.

그의 캐디를 하면 반드시 주말을 쉴수 있거든"

지난 수년동안 핀치는 4천5백통이 넘는 팬레터를 받았다.

거기엔 한마디씩의 레슨이 빠지질 않았다.

동료프로들도 핀치가 너무 안타까웠다.

닉 프라이스는 "그립을 더 단단히 잡으라"고 했고 닉 팔도는 "눈을 감고
스윙해보라"고 했다.

그레그 노먼은 "동양의 선"을 배워보라"했고 페인 스튜어트는 "무릎을
움직이라고"했으며 세베는 "최대한 부드럽게 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전부가 별무소용.

수년전에는 악성 훅으로 고생했지만 이젠 훅과 슬라이스가 함께 나타나는
스프레이히터가 됐다.

더 큰 미스터리는 연습때만큼은 기막히게 맞는다는 점이다.

95US마스터즈때 그는 연습장에서 50개의 드라이버샷을 연속 2백50야드
전방의 깃대에 붙여 버렸다.

그러나 1번홀티에 서자 다시 페어웨이 두개를 넘나드는 바나나볼이
나타났다.

그는 이제 옛날스윙도 잊어버렸고 새로운 스윙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베이커 핀치는 드디어 단안을 내렸다.

오는 2천년까지 대회출전을 포기키로 한것.

숱하게 바꿔봤던 교습가들은 물론 본인조차 아직 "스윙이 원인인지 마음이
원인인지"모르는 마당에 더이상 "혹시나"의 미련은 없어야 했다.

이는 은퇴가 결코 아니다.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모든걸 잊고 "스윙 ABC"를 다시
배우기로 했을 뿐이다.

베이커 핀치 스토리는 골프스윙에 대한 영원한 물음표를 찍게 한다.

메이저우승자가 그럴진데 우리들의 평생고민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