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프로골퍼들 사이에서도 정리해고라는 말이 유행했다.

유망선수가 계약 1년만에 무적선수가 되는가하면, 또다른 유망선수는
계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계약파기를 통보받기도 했다.

그 와중에서도 일부는 실속있는 계약을 체결,부러움을 사는 사례도 있다.

그야말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IMF 파고는 프로골퍼들의 앞길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있다.

다른 분야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올해 계약사선정에서 가장 풍작을 거둔 선수는 정일미(26)다.

정은 12월초 계약사였던 휠라코리아로부터 재계약불가 통보를 받았다.

여자프로 랭킹2위로서의 자존심이 구겨졌던 정은 그러나 한솔PCS와
재빠르게 98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억원에 5천만원상당의 지원을 받는 좋은 조건이었다.

남자프로랭킹1위 최경주(27)도 비교적 재계약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96, 97년 연속 상금왕인 최는 예년같으면 계약사인 슈페리어에 억대이상의
계약금을 요구했을 터이지만 경제사정을 감안해 자존심을 접고 회사측과
적정선을 협의중이다.

엘로드 계약프로들은 지난해 계약기간을 2년으로 못박아 연말연시를
무사히 넘긴 케이스.

최상호 최광수 박현순등은 97년과 같은 계약금을 받고 올해도 엘로드
소속으로 활약하게 됐다.

<>.박노석 김미현은 계약문제로 한정했을때 97년이 기분좋은 해가 못되는
선수들이다.

박은 지난 11월 남자프로골퍼로는 최초로 억대(1억원) 계약금을 받고
(주)신원과 손잡았다.

그러나 박은 지난29일 신원측으로부터 계약파기 통보를 받았다.

골프의류를 담당하는 신원제킨 사업부가 해체됐으니 계약선수도
필요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김미현은 97년 프로메이트브랜드의 국제상사와 1억원에 계약했으나
98년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제상사측이 여자프로랭킹1위에 걸맞은 대우를 해줄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김은 국내기업이 여의치않으면 일본 용품사와의 계약을 모색할 예정이다.

박남신도 휠라코리아로부터 느닷없이 재계약 헤지통보를 받아 아직까지
무적선수로 남아 있다.

<>.아스트라와 팬텀은 소속선수들과의 재계약을 98년으로 미뤘다.

아스트라는 김종덕(38)과의 재계약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은 일본 기린오픈챔피언으로서의 대우를 해달라는 얘기이고,
아스트라측은 전반적으로 골프사업을 축소하는 마당에 정도이상의 대우는
힘들다는 입장.

결국 김과의 협상이 선결돼야 강욱순 권영석 임형수 서아람과의 계약
문제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

팬텀도 신용진과 의견을 교환중이나 98년초에나 계약이 매듭지어질
것으로 전망.

곽흥수 권오철 김희정등 남녀프로가 신용진의 계약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