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으로 우울한 연말연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께 일었던 명예퇴직증후군은 최근 정부와 IMF가 약속한 바에
따라 대량 정리해고 불안증으로 바뀌어 직장인의 간담을 서늘케하고 있다.

경제공황에 따른 심리적인 장애는 완만한 스트레스가 누진적으로 쌓여가는
특성을 띤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만홍(정신과)교수는 "불황의 끝이 안보이는
현재의 경제상황아래서는 점증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 정신장애를 보이거나 스트레스성 질환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며
"최근 경제불황과 직간접으로 관련해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절반을 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공황에 따른 질병발생양상에 관해 연구된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IMF증후군은 불합리한 사회구조가 원인이 돼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는
홧병과 연관이 있으나 한과 같이 오래 묵은 감정에 의해 발병하는 것은
아니어서 홧병과 구별된다.

또 전쟁 천재지변과 같이 급격하고 직접적인 피해가 뒤따르지는 않지만
모든 국민이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완만한 재난성 정신장애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남의 눈치를 보고 남에게 지나칠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한 나머지 스스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과잉적응증후군" <>일만 알던
사람이 일감이 줄고 방향감각을 상실하면서 슬럼프에 빠지는 "불꽃 증후군"
<>승진기회가 줄면서 승진하지 못한 사람에게 가일층 커지는 "좌절 스트레스"
<>위아래에 짓눌려 어찌할바를 모르는 중간관리층의 "샌드위치 증후군" 등이
만연한다.

이때 자신을 추스리지 못하면 스트레스성 질환이 도져 가뜩이나 어려운
가정경제에 주름살이 질 수 있다.

주의해야할 스트레스성 질환에는 <>신경정신질환-두통 공황장애 공포증
강박증 불안증 우울증 <>순환기질환-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협심증 돌연사
<>호흡기질환-천식 호흡기감염 <>소화기질환-기능성소화불량 궤양성대장염
소화성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기능성복통 위식도역류 <>내분비질환-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이 있다.

이밖에 <>피부질환-두드러기 신경성피부염 건선 습진 다한증 안면과다홍조
원형탈모증 항문 및 외음부 가려움증 <>비뇨기질환-발기부전 전립선염 여성
요도증후군(원인불명의 빈뇨 급박뇨 배뇨통) <>근골격계질환-근막통증증후군
섬유근통증후군 류머티즘 및 퇴행성 관절염 등이 해당된다.

따라서 요즘같이 사회전반에 스트레스가 만연한 상태에서는 자기를
다스리는 용기를 가져야 질병을 이겨낼 수 있다.

용기는 의미있는 경험을 해보려는 동기를 지니고 새로운 경험이 자기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는 가운데 과감히 도전함으로써 길러진다.

또 자신에 대한 완벽주의를 버리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지위와 소비수준을 인격과 동일시하던 풍조를 벗어던져야 한다.

이교수는 "스트레스는 없앨수도 피할수도 없는 것이고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발전을 이끌 수 있다"며 "가족의 지지와 동료간 유대가 강하고 정치지도자가
국민적 신임을 얻고 나아갈 정책지표가 확실히 선다면 현재의 경제위기와
각종 스트레스는 쉽게 극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