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들러 진찰받을 경우 중복투약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변재준(가정의학과)교수는 지난해 12월 이 병원에
내원, 2개과 이상을 들러 진찰을 받은 8백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2%에게 같은 약이나 약효가 동일한 약이 투약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개과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평균 5.2종, 3개과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8.1종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2개과를 들른 환자의 13.8%가 8종이상, 3개과를 들른 환자의 32.6%가
10종이상의 약물을 복용했다.

환자의 약물복용횟수는 2개과 진료 환자는 평균 3.7회, 3개과 진료환자는
5.0회로 나타났다.

또 3개과 진료환자의 9.3%가 하루에 평균 8회이상 약을 복용하도록 처방
받았다.

중복투약이 가장 많이 이뤄진 약은 위궤양치료제인 시사프리드(상품명
프레팔시드)였고 약효군별로는 제산제 위산분비억제제 효소계소화제 소화기
점막보호제 등 소화기 계통의 약이 반복 처방됐다.

이는 소화기계에 이상이 없는데도 일단 처방하고 보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벤조디아제핀계통 신경안정제 혈압강하제 항히스타민제 등이 주로
반복투약됐다.

변교수는 "진료내역을 총괄하는 주치의제도의 미정착, 지나친 의료세분화,
진료과간 정보전달체계의 부재, 환자의 입장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처방관행
등으로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환자및 의사의 더욱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