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 최강자 이창호 9단이 "자존심"을 회복하는가.

이창호 9단은 4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5기 한국통신
프리텔배 배달왕기전 도전5번기 결승 첫대국에서 4기 배달왕 조훈현 9단을
불계승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고지를 선점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국통신프리텔이 후원하는 이대회 결승
첫대국에서 이9단은 조9단의 초반실착을 착실하게 공략, 결국 183수만에
돌을 던지게 만들었다.

소비시간은 백을 든 조9단이 2시간8분, 흑을 잡은 이9단은 2시간
24분이었다.

한국바둑계의 "상왕"격인 조훈현과 "금상"이라고 할수 있는 이창호의
왕권탈환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날 대국은 이창호의 흔들리지 않는
신산이 조훈현의 노련한 공세를 무산시킨 결과라는 것이 검토실 기사들의
중평.

그동안 화점포석을 고집해왔던 이9단이 화점과 소목을 병용한 것외에
초반포석전은 서로 불만이 없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됐다.

이처럼 팽팽한 접전은 조9단이 백44를 놓으면서 균형이 깨졌다.

대국이 끝난뒤 복기를 하면서 조9단은 이 수가 악수로 "나쁜 손버릇이
또 나왔다"고 몇번이나 되뇌었다.

밑으로 밀어붙인 것이 "경솔한 실착"이며 그대신 중앙으로 꼬부려야
했다고 윤기현9단은 분석했다.

조9단은 백65로 밭전자로 갈라치며 치열한 공방전을 유도했으나
흑81까지 전개된 결과 백의 후속수단이 마땅치 않아 별무소득이었다.

또 백 82,84로 붙이고 끊어서 강력한 승부수를 걸었으나 이역시 치밀한
이9단이 흑85의 묘착으로 방어,백의 공략은 완전 무위로 돌아갔다.

이9단은 이때부터 "끝내기의 대가"답게 착실하게 마무리를 해 나갔다.

다급한 조훈현은 흑149에 백150으로 최후의 승부수를 띄웠으나 그역시
무위로 끝나자 몇 수 더 두다 돌을 던지고 말았다.

대국을 지켜본 검토실 기사들의 의견은 "조훈현의 패배는 체력저하에
따른 다급함"이라는 쪽과 "최근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조훈현의 저력이
2국때엔 살아날 것"이라는 쪽으로 팽팽하게 갈라져 다음 대국에 관심이
더하고 있다.

한편 도전5번기 제2국은 오는 10일 오전 10시부터 한국기원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며 하이텔을 통해 온라인으로 현장중계 해설된다.

< 노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