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헌날 90대에서 맴돌던 C씨가 어느날 83타를 쳤다.

물론 그것은 그의 베스트 스코어.

C씨의 베스트 스코어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전주 일요일에 C씨는 선배와 골프를 쳤다.

그 선배는 거리가 영 나질 않았다.

드라이버를 치면 50야드정도는 족히 차이가 났다.

C씨는 골프가 잘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선배와 자신있게 맞붙었다.

"거리 차이가 50야드인데 아무려면 내가 지겠는가"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였다.

C씨가 "일방적 승리"를 노릴수록 그의 스코어는 풍선처럼 부풀어져 갔다.

그 선배는 파온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파3홀에서는 살짝 붙이며 파세이브를 했고 다른홀에서는 대개
보기로 막았다.

그 선배가 91타를 치는 사이 C씨의 스코어는 1백을 넘었다.

그날 C씨는 충격을 받았다.

"선배가 아무리 또박또박 골프를 친다고 하지만 구질이나 거리, 체력,
나이 등 모든 면에서 내가 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도대체 내 골프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1주일후 C씨는 "충격으로 인한 변화속에" 플레이했다.

"거리는 필요없다.

드라이버거리 1백60야드 골퍼에게도 지는 내 골프가 거리를 내면 뭘하는가.

오늘은 살살 똑바로만 쳐보자"

C씨는 그날 일찍 집을 나왔다.

그는 골프장 가는 길에 연습장에 들려 "힘빼고 살살 치는 스윙"도 해봤고
골프장에 도착해서는 "천천히 치는 퍼팅연습"도 했다.

마음에서 "거리"가 지워지니 무척이나 편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제거리도 다 내며 베스트 스코어에 성공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