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프로골프협회 강당.

올해 합격한 예비 레슨프로와 세미프로골퍼등 1백여명이 14일 이곳에서
강사의 말에 귀기울이며 교육을 받고 있었다.

20~30대가 대부분인 이들중 초로의 수강생이 끼여있어 눈길을 모았다.

지난 10월 레슨프로 실기테스트를 합격한 김정욱씨(57.일은증권 고문)다.

김씨는 역대 레슨프로테스트 최고령 합격자라는 점이 특이하지만,
요즘과 같은 명예퇴직 조기퇴직시대에 정년이후에 할수있는 버젓한 직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결코 흔한 사례는 아닌듯하다.

-레슨프로골퍼 테스트에 어떻게 응시했는지요.

"지난 6월 현직에서 은퇴한뒤 응시할 생각을 했습니다.

레슨프로가 되면 좋아하는 골프를 평생 칠수 있고, 테스트에 합격해
성취감도 느끼고 싶었던 것이지요.

물론 후진을 양성하고,스스로 밥벌이를 해결한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김씨는 재무부 공무원으로 사회첫발을 내디뎌 10년동안 근무한뒤 78년
대한투자신탁 설립멤버가 됐다.

대투입사직후 상사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구력 20년째.

지난 6월 대한투자신탁 부사장직을 끝으로 현역을 마감했다.

-테스트과정은 어떠했습니까.

"10월 나산CC에서 1백20여명이 모여 치렀습니다.

커트라인이 77타였는데 저는 77타에 걸려 10명 플레이오프에 나갔습니다.

연장 첫홀에서 파를 잡아 극적으로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그에 앞서 후반 첫홀 (1번홀)에서 이글을 잡은 것이 결정적 합격요인이
됐습니다"

70타가 베스트스코어이고, 평소 77타정도를 치는 김씨는 테스트에서
행운도 따라주었다.

지금까지 이글을 숱하게 잡아봤지만 테스트에서처럼 파4홀 이글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1백10m를 남기고 친 9번아이언샷이 그린에 떨어진뒤 볼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것.

-지금 소감은 어떻습니까.

"나때문에 젊은이 한사람이 불합격했다고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그러나 50대의 골퍼들이라도 연구 노력하면 얼마든지 새 길을 찾을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지도 느낍니다"

김씨는 내친 김에 올겨울 미국으로 가 현지 레슨프로자격증도 따올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초보자들에게 무료로 "어떻게 하면 골프를 쉽게 잘 칠수
있는지"에 대해 가르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레슨프로가 되기 위한 절차는 어떻습니까.

"매년 한번 테스트가 있어요.

먼저 협회이사의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18홀 스트로크플레이로 실기테스트를 해서 78타이내로 응시자의
20%를 뽑습니다.

다음 제가받고있는 코치스쿨을 마치고 이론시험에 붙으면 레슨프로가
됩니다"

-레슨프로가 됐으니 아마추어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골프의 기술은 다른게 없습니다.

무한한 연습이 곧 그사람의 기량이 되는 것입니다.

곁에 코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는 골프입문이래 20년동안 아침연습을 거의 거른적이 없다고 했다.

지방출장가서도 인근 연습장에서 볼을 치는 열성파였다.

이같은 연습과 서적.테이프를 통한 연구덕분에 입문 1년만에
싱글핸디캡이 됐다.

물론 30년 쳐온 테니스도 골프에 필요한 하체단련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임팩트가 좋다는 그는 지금도 2백50m의 드라이버샷을 날린단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