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유산환자의 절반은 원인을 알수 없고 이중 80%는 면역학적 요인일
것이라는 이론이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제일병원 최범채(산부인과) 교수는 습관성 유산환자
모체말초혈액의 림프구혈액항원이 태아나 태반에 존재하는 추상항원을 인식
하는 정도는 약 85.7%로 정상임신여성이 약 26.6%인 것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습관성 유산환자중 추상항원이 양성인 경우에는 67%가량이 반복유산을
한 반면 음성인 경우에는 재차 임신시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은 태아가 부모로부터 각기 형질이 다른 유전인자를 받아 태반에 착상
하는 것이어서 엄밀히 말하면 반동종이식으로 모체가 면역학적으로 태아와
태반을 거부하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임신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태반항원과 같은 추상항원이
면역거부반응을 완충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교수는 "원인불명의 습관성 유산이나 반복적인 수정란 착상 실패가
나타나면 모체가 추상항원을 인식하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검사가 원인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습관성 유산환자에게 고농도의 프로게스테론 질정을 사용하게 했더니
임신성공률이 높아졌다"며 "고농도 프로게스테론요법에서의 용량조절, 태아와
태반에 독성을 띠는 면역조절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억제에 이 검사가 중요한
지표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현재 모색되고 있는 림프구면역주사법이나 정맥면역글로불린요법 등
습관성 유산에 대한 면역학적 치료법의 유용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교수 지난 95년부터 미국 하버드대 산부인과 유산센터팀과 공동으로
원인불명의 유산을 연구해왔으며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제53차 미국불임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