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페놀오염사건이 터지는 등 수질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수기가 널리 보급됐다.

그런데 역삼투압방식이나 전기분해방식의 정수기는 비싼 돈을 들인 대가에
비하면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이들 방식의 정수기를 파는 판매원들은 정수기를 거쳐 나온 물과 수돗물을
정수기에 붓고 주부들앞에서 정수기의 성능을 과시한다.

전자는 맑게 되나오는 반면 후자는 붉은색 침전물이 엉겨 있어 주부들은
오염된 수돗물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치를 떨며 정수기를 구입하게
마련이다.

수돗물을 이들 정수기로 정화하면 물속에 포함된 미량의 철 칼슘 마그네슘
등이 물의 수산화이온과 결합해 붉은 침전물을 생성한다.

이는 오염물질이 아니고 물속에 당연히 존재하는 필수광물질이다.

우유나 요구르트를 정수기로 정화하면 더많은 침전물이 생기는 것이 그
증거다.

또 이들 정수기로 정화한 물은 오래 보관할 수 없다.

수돗물의 소독성분인 염소까지 제거되기 때문에 금새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거금을 들여 이들 정수기를 구입하기보다는 수돗물을 끓여 먹는게
좋다.

당국에서는 수돗물을 그냥 먹어도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소독성분인
염소냄새때문에 수돗물을 그대로 먹는 사람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수돗물이 미덥지 않으면 이들 정수기보다 값싼 필터식 정수기로도 충분한
정수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필터방식의 정수기를 사용할 때는 표시된 필터의 수명보다 앞당겨 필터를
갈아주는게 바람직하며 수압이 높아 필터에서 불순물이 걸러지는 시간이
단축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