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 >

"우리아이는 오래전부터 알레르기 천식으로 여러병원을 돌며 치료해왔으나
치료효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몇몇 의사분들이 나이가 들면 자연히 좋아진다고 해서 증상이 있을 때만
치료하고 그럭저럭 지냅니다"

K씨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다른 자녀에 비해 유난히 잔병이 많았다.

배탈과 감기가 잦았고 모세기관지염이라는 병명으로 네차례나 입원했으며
아토피성 피부염(태열습진)도 심해 소아과나 피부과를 자주 찾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아토피성 피부염이 사라졌고 배탈과 감기에 걸리는
횟수도 현저하게 줄었다.

그러나 천식증상이 나타나 심한 고생을 겪었다.

특히 호흡곤란 증상이 심해지는 밤이면 K씨는 아이를 업고 응급실로
뛰어간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가까스로 증상이 개선돼 예전처럼 야단법석을 치지 않고 아침까지 기다려
인근 소아과의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큰 문제가 없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아침마다 재채기 콧물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간혹 누런 콧물이 계속 나오는 날에는 의사의 권유로 부비동염(축농증)이
생기지 않게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다.

천식은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이 곤란해지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이다.

알레르기는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식품 약물 등의 원인물질에 대해 신체
일부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주로 면역글로블린E라는 항체가 세포를
자극한다.

알레르기가 기관지에 생기면 천식, 코에 생기면 알레르기성 비염, 피부에
생기면 두드러기나 아토피성 피부염이 된다.

일반적으로 천식은 꽃가루나 집먼지알레르기 등 직접 기관지와 접하는
것에 의해 유발되지만 일단 과민반응이 형성되면 식품이나 약물 등 기관지와
관련이 덜한 것에 의해서도 알레르기가 생기게 된다.

천식은 또 한랭 감염 피부자극 운동 등 비알레르기적인 원인에 의해서도
생긴다.

그런데 비알레르기성 천식환자의 많은 수가 알레르기성 천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천식을 앓는 어린이들의 과거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K씨의 아이와 비슷한
병의 경과를 밟는다.

나이에 따라 알레르기증상이 변하는 현상을 알레르기진행이라고 한다.

신체기능의 완숙 또는 노쇠정도에 따라 질병의 분포가 달라 암질환은 5세
이전과 50세이후에, 알레르기질환은 10세전후와 4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알레르기질환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좋아진다는 것은 알레르기
과민반응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신체기능이 완벽에 가깝게 되자 잠시 억제된
것이라고 이해하는게 좋다.

나이가 들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치료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

난치성 천식으로 진행돼 심지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일단 진행된 알레르기 질환은 치료가 쉽지 않다.

"어린이 천식은 나이가 들어야 낫는다" "약 먹을때 뿐이지 낫지 않아
그런대로 지내고 있다"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관리가 가능한 병"
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갖는 것이 천식치료에 임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