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신의 첫 여류국수 등극이냐, 홍꽃노을의 신인 반란이냐.

초반부터 신인들이 강세를 보여 관심을 모았던 제4기 여류프로 국수전
(한국경제신문사 주최, 대한생명 후원) 결승3번기 제1국이 14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렸다.

이날 반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두기사의 표정은 첫 대국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듯 긴장감이 감돌았다.

입단 1년생인 홍꽃노을(13) 초단은 내친김에 여류국수도 차지하겠다는
자세고,이에 맞서는 이영신(19) 초단 역시 만년 준우승을 털어버리고
여류국수 자리에 오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90여수가 진행 (오후 4시 현재) 되기까지 백을 쥔 이영신이 초반
홍꽃노을의 실착을 적절하게 공략하면서 유리한 국면을 이끌었다.

대국 초반은 두 기사가 교과서적인 정석을 구사하면서 시종 차분하게
진행됐다.

특히 34수까지는 허점을 노출하지 않은채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홍꽃노을이 실착을 먼저 범했다.

좌상귀의 흑35는 상변의 36자리 한줄 왼쪽에 놓았어야 했다는 것.

노련한 이영신은 이 찬스를 놓치지 않고, 상변 흑세력을 위축시킨뒤
과감하게 백40을 놓아 좌변 흑진영 삭감작전에 나섰다.

기선을 제압한 이초단은 내친김에 백84로 빵때려 중앙상변의 흑 한점을
잡으며 전반전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었다.

이후 백은 좌상변의 흑을 고립시키는데 성공하며 대마사냥에 나섰다.

열세를 느낀 홍꽃노을도 이에맞서 더이상 물러설수 없다는 자세로
본격적인 대세 역전을 위한 공격에 나서 여류국수의 영예를 둘러싼
싸움바둑은 이 시점부터 본격 전개됐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