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교 <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신경외과 교수 >

간질 치료법은 지난 20여년동안 눈부시게 발전했다.

우선 약물치료에 있어 환자의 나이 신체조건 발작유형을 기준으로 약물이
선택된다.

처방에 따라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약물복용으로 수개월동안은 발작이 완전히 멈춰질 수 있으나 근치는
안된다.

다만 발작을 예방하고 그 횟수를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약을 먹고 몇달동안 발작이 없다고 해서 약을 끊거나 용량을
줄이면 안된다.

간질약의 꾸준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약 20%는 여전히 발작이
조절되지 않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진단방법의 발전으로 발병부위가 뇌자기공명영상촬영으로
뚜렷하게 확인될 수 있으므로 제거수술로 완치가 가능하게 됐다.

수술은 크게 뇌엽절제술 뇌량절제술 대뇌반구절제술 등으로 나뉜다.

뇌엽절제술은 측두엽을 절제할 경우 성공률이 80~90%에 이른다.

대부분 간질병소는 측두엽에 생기고 전두엽 후두엽에는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측두엽 절제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의식소실과 발작증상이 없어진다.

이상한 기분이나 감각이 느껴지는 사소한 후유증이 수술후 수년간 나타날
수 있고 어떤 환자는 약을 영구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더 심한 수술합병증으로는 시력장애 운동장애 기억.언어장애와 일시적인
뇌부종 뇌염증 등이 환자의 4%가량에서 나타난다.

불운한 경우 환자의 0.5%가 수술로 사망하기도 한다.

뇌량절제술은 좌우측 뇌중 한쪽에 심한 손상이 왔을 경우 양측뇌를 연결해
주는 뇌량을 절제해 간질의 악영향이 뇌전체로 파급되는 것을 막아주는
수술이다.

수술후 대발작이 없어지거나 발작횟수가 상당히 줄게 된다.

의식장애는 없으나 기분 감정 운동의 이상은 약간씩 남아있는 부분발작은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뇌량절제술은 갑작스레 넘어져 머리를 다치게 되는 경우를 예방
하고 대발작을 없애는데 주안점을 두고 실시되고 있다.

대뇌반구절제술은 적은 숫자지만 외국에서 성공을 거둔 방법이다.

국내서도 필자가 위험이 거의 없는 반구절제술을 시행, 만족스런 결과를
얻은바 있다.

그러나 이 수술은 여전히 다른 간질수술보다 위험이 크다.

한쪽 뇌를 절제하면 수술한 뇌 반대쪽 반신이 마비된다.

물론 기억력이나 정신작업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좋은 쪽 뇌가 보상작용을 통해 수술한 쪽 뇌의 기능을 이어받게
되므로 전체적으로 보아선 뇌기능이 수술전보다 개선된다.

간질수술은 매우 복잡하므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계획돼야 한다.

전문수술팀 최신간질진단장비 등을 갖춘 병원에서 많은 치료경험을 가진
의사에 의해 집도돼야 한다.

원인이 복잡할수록 새로운 방법으로 수술이 시도돼야 하며 수술전 더많은
검사 및 평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같은 간질이라도 원인의 복잡성, 증상의 경중에 따라 수술비용이
차이가 난다.

대부분 의료보험이 적용되므로 수술비는 5백만~1천만원이 든다.

간질은 부끄럽게 여겨 숨길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병이다.

시저, 알렉산더, 나폴레옹과 같은 대영웅과 도스토예프스키, 플로베르,
단테와 같은 대문호도 간질병을 앓았지만 위업을 이룩했던 사람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