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삼성카드배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는 여자대회로는 유일하게
4라운드로 치르는 내셔널타이틀답게 관록의 선수를 챔피언자리에 올려
놓았다.

프로10년차의 오명순(30.엘로드)은 패기를 앞세운 정일미 이정화 등
후배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한국프로골프 여왕이 됐다.

스코어도 유일한 언더파여서 30대 챔피언은 한층 빛나 보였다.

12일 뉴서울CC 남코스 (파72)에서 열린 대회 (총상금 1억2천만원)
4라운드에서 오명순은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3언더파 2백8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88년 프로에 진출한 오는 이로써 90서산, 93 팬텀오픈을 포함해 통산
3승째를 올렸다.

우승상금은 2천1백60만원.

지난해 자신이 획득한 상금보다 7백만원 많은 것이다.

최종일 마지막조는 오명순 정일미(25.휠라코리아) 이정화(20).

대부분 사람들이 시즌 2승의 정일미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전망은 빗나갔다.

정이 불안에 쫓기듯 플레이가 안풀린 반면 오의 샷은 착착 떨어졌다.

당황한 쪽은 정이었다.

두 선수는 7번홀에서 나란히 보기를 범해 그때까지도 우열을 가리지
못하다가 정이 8번홀에서 연속보기를 범하고, 오는 9번홀에서 2m버디퍼팅을
넣으면서 간격은 순식간에 2타차가 돼버렸다.

프로2년차 이정화는 두 선수의 다툼속에 10번홀에서 7m버디퍼팅을 성공,
오를 1타차로 쫓았다.

우승다툼 판도가 오와 이의 대결로 돼버린 것.

짧은 파4홀인 12번홀 (2백69m)은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두 선수 모두 버디기회였다.

컵까지의 거리는 이가 약 80cm, 오가 1.3m였다.

오의 볼이 컵속으로 사라진반면, 아마추어들 같으면 기브를 줄수도 있는
거리에서 이의 볼은 컵 왼쪽으로 흐르고 말았다.

이는 다시 13번홀에서 그린미스끝에 보기를 범하면서 오의 독주를 저지할
기력을 잃고 말았다.

"제2의 고우순"이란 평가를 받는 이는 그러나 휠라오픈 3위에 이어
이대회에서 2위에 오름으로써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이는 이날 73타를 포함, 합계 이븐파 2백88타로 정일미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첫날부터 부진을 면치못했던 김미현(21.프로메이트)은 이날 마지막
3개홀연속 버디등 70타로 선전했으나 4위에 그쳤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