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컵은 세계골프의 양대산맥인 유럽과 미국에서 각팀 12명씩
24명의 세계 최정상급 프로가 총 출동, 양 대륙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제5의 메이저.

지난 28일 스페인 발데라마GC에서 끝난 제32회 라이더컵대회는 역사상
가장 재미있고 가장 감격적이며 가장 의미있는 승부로 점철됐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와 뒷얘기, 그리고 그 의미를 정리한다.

<>.선수들의 표정은 다른대회에 비해 몇배는 더 비장했다.

2m 퍼트를 예로 들자.보통 대회에서의 그 퍼트는 한타를 의미할 뿐이고
상금을 뜻할 뿐이며 개인의 기록을 좌우할 뿐이다.

그러나 라이더컵에서의 그 퍼트는 그 홀의 승부를 결정하고 그 홀의
승부는 한 경기의 승부와 연결되며 팀 전체의 궁극적 승부를 좌우한다.

결국 라이더컵에서의 퍼팅은 가장 중압감이 심한 순간으로 봐야 한다.

한 선수의 퍼팅이 다른 11명의 운명을 결정하니 얼마나 숨이 막힐
것인가.

<>.그 가슴죄는 3일간을 견뎌낸 팀은 유럽이다.

유럽은 14.5대 13.5점으로 1점차의 드라머틱한 승리를 거두었다.

유럽의 승리는 주장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전략적 승리"였다.

대회전 미국이 역대 최강팀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국에는 올 메이저 우승자 3명 (우즈, 러브3세, 레너드)을 비롯
세계랭킹 13위권중 무려 8명이 포진했다.

특히 타이거 우즈의 존재는 미국의 막강함을 상징할 수 밖에 없었다.

세베는 따라서 팀경기에 승부를 걸었다.

최종일의 싱글매치 12경기에서는 열세가 분명하다고 보고 포섬 및 포볼
16경기에 전력투구한 것.

이는 "2인1조의 팀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와 12명 선수중 어떻게 8명을
골라 하루에 진행되는 각 포섬 및 포볼 경기에 배치 하느냐"가 팀 경기의
관건이라는 의미였다.

예를들어 세베는 컨디션이 안 좋은 이안 우즈넘 (영국)을 4차례의
팀경기중 단 한차례만 기용하는 등 파격적 용병술을 보였다.

<>.유럽은 16점의 승점 (승리 1점, 무승부 0.5점)이 걸린 팀경기에서
10.5점을 획득 5.5점을 획득한 미국을 크게 앞질렀다.

총 28경기에서 28점이 걸려 있으니 만큼 14.5점 이상을 먼저 획득하는
팀이 이기는 것인데 싱글매치 12경기를 앞두고 10.5점을 얻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최종일의 싱글매치는 역시 미국의 압도적 우세.

기량면에서 한 수위인 미국은 12경기에서 7승2무3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럽은 그 "3승2무"에서 4점을 획득, 총 14.5점으로 미국을
꺾었다.

이로써 유럽은 85년이후 4승1무 2패의 압도적 우세를 견지했다.

영국단일팀에서 유럽팀으로 포맷이 바뀐 79년이후 전적은 4승1무 5패.

<>.싱글매치에서 코스탄티노 로카 (이탈리아)가 타이거 우즈를 4&2
(2홀 남기고 4홀차 승리)로 셧아웃 시킨 것과 퍼 울릭 요한슨 (스웨덴)이
데이비스 러브3세를 3&2로 제친 것은 유럽승리의 의미를 드높였다.

객관적으로는 이기기 힘든 상대로 봐야 했으나 의외로 선전한 것.

또 신예 토머스 비욘(24.덴마크)이 레너드와,그리고 몽고메리 (영국)가
스코트 호크와 각각 비긴 것도 결정적 승인이 됐다.

이번대회에서 우즈는 5차례 경기에 모두 출전 1승1무3패를, 그리고
러브3세는 4경기에서 4패를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이들의 패배는 무려 7.5점을 유럽에 선사한 셈으로 미국 패퇴의
주요인으로 봐도 좋다.

어쨋거나 주장 세베는 영국과 미국이외에서 처음 벌어진 이대회에서
비영국인으로 처음 주장을 맡아 감격적 승리를 이끌어 냈다.

유럽의 승리는 우수 선수들이 자꾸 미국투어로 빠져나가는 싯점에서
유럽골프의 자존심을 살려냈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유럽선수들의 정신력이 한층 강했다는 뜻도 된다.

매치플레이형태의 팀경기및 개인전을 병행하는 라이더컵은 그 대회방식
자체가 아주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데 이번대회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클 조던 등 숱한 유명 인사들이 미국에서 건너와 참관했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