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로 핸디캡 수준의 골프"를 쳤던 골퍼가 골프를 그만 둘 수 있을까.

그것도 객관적으로 골프를 얼마든지 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의적으로
골프채를 놓는 상황이 과연 가능할까.

현재 한국오픈 출전을 위해 국내에 들어와 있는 테리 노 (19.한국명
노우성)의 부친 노형석씨(50)가 그 장본인이다.

그는 지난 93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직후 아들 테리를 앞에 앉혀 놓고
말했다.

"나는 오늘부터 네가 미국 PGA 투어프로가 될 때까지 절대 골프채를
잡지 않겠다.

나로 하여금 골프를 다시 칠 수 있는 기쁨을 주려거든 하루라도 빨리
세계무대로 도약 하거라"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꿈이 이보다 더 절실하게 표현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족의 미국이민도 순전히 아들의 골프때문이었다.

노형석씨의 그같은 압박과 격려 덕분인지 아들 테리 노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94년 미주니어아마선수권에서 우승했고 올 6월에는 US오픈에도
출전했다.

골프선수 자식과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노형석씨는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세계적 프로들은 대개 열살이전에 골프를 시작한다.

그 어린아이 골프는 아버지 등 가족이 우선 돌 볼 수 밖에 없다.

처음 시작하는 그 단계에서 크고 다부진 각오를 갖게하는 게 아버지로서의
책무일 것이다"

테리 노는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US아마선수권을 제패하는 것이 당면
목표.

내년에 그에 도전한 후 바로 프로로 전향할 예정이라고.

노형석씨가 과연 내년에 골프를 재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