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육사(1905~44년)는 그의 시 "청포도"에서 "내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고 읊었다.

그러나 현재 포도밭 나들이를 하는 시즌은 8월말부터 10월 하순까지.

청포도 거봉 머스캣 캠벨 델라웨어 슈트벤트 등 이름부터 이색적인 포도의
종류들마다 수확기가 저마다 달라서다.

탐스런 모양과 달콤상큼한 맛이 일품인 포도.

기나긴 여름의 인고를 딛고 초가을에 접어든 이달에 가장 풍요로운 멋과
낭만을 느끼게 해주는 과일이다.

마지막 정열을 태우는 듯한 한낮 햇살에 검붉게 익어가는 포도송이마다
농민들의 땀과 꿈이 육사의 시구절처럼 "알알이 박히고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있는 곳은 국내 최대의 포도타운으로 알려진 경기도 안성일대와
천안 입장일대.

어린 자녀들과 함께 떠나는 안성.입장일대 포도과수원 나들이는 자연학습을
겸한 초가을 드라이브코스로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경부고속도로 안성IC를 빠져나오면 안성읍으로 향하는 5km 남짓한 거리
주변에 유림농장 등 포도농장들이 내건 대형현수막이 바람에 휘날리며
포도단지에 들어섰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 안성읍내까지는 포도원이 없고 읍내를 지나 서운면을
거쳐 입장까지 가는 길 주변에 포도밭이 널려 있다.

오너드라이버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서운면 서운산일대의 대단위 포도
농장들.

안성읍에서 남쪽으로 약 2km쯤 내려오면 삼거리를 만나고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서운면과 청룡사, 진천코스로 이어진다.

이 곳 삼거리 주변에도 포도원이 있지만 천안군 입장면 쪽으로 야트막한
구릉의 언덕길을 오르면 경기도와 충청남북도 3도 도계일대가 온통 포도밭
이다.

서운면 일대만 해도 포도원은 수백군데나 된다.

특히 서운면 산능리의 오하농장((0334)72-6826)에서는 10여종류가 넘는
포도를 재배하고 있어 다양한 포도맛을 즐길수 있다.

또 이 농장은 관광농원으로 지정돼 식당 수영장 등 위락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하농장 주인 이종상(61)씨는 "호텔롯데에 납품하는 것외엔 농장외로
반출을 하지 않고 있다"며 "오하농장에서는 포도를 완전히 익힌 상태에서
따기 때문에 시중판매 포도보다 달고 맛이 더 좋다"고 말했다.

맛이 가장 좋은 포도는 블랙머스캣이라고 주인 이씨는 알려준다.

포도가격은 종류에 따라 4kg에 1만5천~3만원선으로 시중가격보다 다소
비싸다.

농장방문객에겐 여러종류를 섞어 4kg 한박스에 2만원씩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안성 포도즙"을 개발한 가나안농원, 도계포도원, 세운농원,
화성농원 등 10여개의 포도원이 큰 길옆에 임시직판장을 설치해 놓거나
포도원내의 원두막과 그늘이 좋은 평상에서 직접 고객을 상대로 포도를 팔고
있다.

포도밭 외에도 안성에는 둘러볼만한 아기자기한 고찰 유적지들이 많다.

서운면에 있는 고려때 절 청룡사는 조선말기 남사당패의 거주지로 유명하다.

남사당패의 거주지는 지금은 흔적도 찾을수 없지만 당시 여자로서 남사당패
를 주름잡았던 바우덕의 묘와 비석이 최근 유적지로 복원중이어서 나그네의
발길을 끈다.

임꺽정이 숨어 지냈다는 칠장사도 안성에 있고 죽주산성과 고려시대의 대찰
봉업사터 등이 안성이 문화유적의 고장임을 말해주고 있다.

안성과 연결된 천안군 입장면 포도단지는 맛이 유난히 달고 알이 큰 거봉
포도의 전국 최대산지.

9월 중순까지가 거봉포도의 수확기로 국도주변에 원두막을 세워놓고 관광객
을 손짓하는 포도원들이 삼홍 등 20여곳이나 줄지어 늘어서 있다.

문의 안성서운포도영농조합 (0334) 72-6771


<> 여행메모

경부고속도로 안성IC로 진입, 38번 국도를 타고 안성읍으로 들어간다.

안성읍에서 339번 지방도~서운~산평~34번국도를 거쳐 청룡사도 방문한다.

교통량이 적어 한산한 서운~산평간 지방도주변에는 포도밭이 널려 있어
어디서나 차를 세우고 길가 원두막에서 포도맛을 볼수 있다.

귀로는 금광면~이죽면을 지나 칠장사에 들른후 일죽IC로 들어가 중부고속
도로를 탄다.

대중교통은 안성까지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안성에서 청룡사로 가는 버스는 매일 6회, 칠장사로 가는 노선은 3회씩
있다.

안성의 특산물은 "안성맞춤"이란 속담을 만들어낼 정도로 유명한 안성유기
(놋쇠로 만든 생활용품).

현재 안성읍내에서 중요무형문화재 77호로 지정된 김근수(81)옹이 공방
((0334) 675-2590)을 유일하게 운영하면서 맥을 잇고 있다.

이 공방에서는 옛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각종 생활용품과 마패 등 장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수 있다.

또 조선조때 대구, 전주장과 함께 전국3대장으로 꼽히던 안성장날이 매달
2일과 7일이어서 7일에 가면 구경할수 있다.

< 안성 = 노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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