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가을을 느끼게 하는 서늘한 바람이 분다.

강바람은 더욱 시원하다.

서울의 젖줄이자 큰 가람인 한강으로 강바람을 쐬러 가자.

고구려때는 아리수, 백제때는 욱리하, 신라때는 니하라고 불렸던 이름부터
아름다운 한강.

강을 낀 유서깊은 대도시에는 선상관광코스가 인기있는 관광코스로
잘 개발되어 있다.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즈강, 부다페스트의 도나우강유람선을 타면
그 도시의 독특한 향취를 한껏 느낄수 있는 것처럼 한강에서도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주변의 역사적인 건축물등이 파리등의 도시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한강에도 장구한 세월의 이끼가 낀 우리 나름의 문화유적과
경관이 빚어내는 독특한 정취가 물씬 배어있다.

고수부지에 나가 그냥 거닐어도 좋지만 세모유람선(주)의 식당유람선인
"그린 크루즈"를 타면 한강의 낭만적인 야경과 밤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그린 크루즈는 작년 10월26일부터 한강에 취항한 유럽형고급식당선으로
한강에서 유일하게 식사와 공연을 함께 즐길수 있다.

디너 크루즈는 매일 오후 7시30분 잠실선착장을 출항한다.

한강을 붉게 물들인 석양이 마지막 기운을 다하고 어둠이 거뭇거뭇
내리면 유람선은 선착장의 바지선을 밀어내고 항해를 시작한다.

2층 무대에선 바이올린 더블베이스로 이루어진 2중주단이 "지붕위의
바이올린" "선라잇 선세트" "포 더 굿 타임"등 잔잔한 영화음악이나
팝송을 연주하면서 크루즈 분위기를 잡는다.

연주에 쏠렸던 눈을 창밖으로 돌리면 야간경기를 할때 화려한 불빛이
돋보이는 올림픽주경기장이 보이고 조금 더 내려가면 왼편으론 뚝섬,
오른쪽엔 무역회관이 보인다.

영동대교 강북아래 물위에 떠 있는 뚝섬선착장 프렌치레스토랑의 황금빛
유리성이 한강의 정경과 조화를 이루어 찬란하게 빛난다.

배는 시속 6~8노트로 천천히 움직여 그냥 강위에 떠 있는 것으로
여겨질만큼 편안한 느낌을 준다.

디너는 출항과 함께 시작된다.

주문을 받는 메인요리(바닷가재 한국식갈비 안심스테이크)외에 특급호텔
수준의 다양한 뷔페요리가 미리 준비돼 있다.

현악연주를 들으며 스프와 야채등을 들고 나면 주문한 메인요리가
제공된다.

식사중에는 바이올린을 담당한 KBS관현악 수석바이올리니스트인
김건식씨가 직접 테이블로 내려와 연주를 해주며 분위기를 북돋우기도
한다.

8시20분부터는 국악공연이 펼쳐진다.

선녀춤 살풀이 소고춤 장고춤등의 공연이 약 30분간 진행된다.

배가 63빌딩 앞에서 잠실방향으로 서서히 뱃머리를 돌릴때쯤 되면 한강의
야경과 정찬의 즐거움에다 신나는 국악공연이 이어진다.

디너 크루즈의 재미가 절정을 이루는 시간이다.

지난 19일 그린크루즈를 탔던 일본인 관광객 교이치 오크다니(40)씨는
"한강의 야경이 운치있고 멋있다"며 "한국관광상품중 나이트투어상품이
없었는데 한강디너크루즈가 생겨 인기를 끌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식사를 끝내면 바깥으로 나가 별빛이 수놓은 물결을 바라보며 조용히
상념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검붉은 물결위로 달빛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정경은 한폭의 그림같다.

<노웅 기자>

[[ 그린크루즈 여행메모 ]]

그린크루즈는 매일(월요일 제외)저녁 한차례씩 운항한다.

일요일 낮과 단체 40명이상이면 런치크루즈도 운항하고 있다.

운항시간은 1시간50분.

그린크루즈는 무게가 2백77t, 길이 38m, 폭 9m의 2층 규모로 1백80석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디너 요금은 바닷가재요리가 5만5천원이고 나머지는 4만5천원이다.

여의도 지역 디너크루즈이용객을 위해 여의도에서 잠실간을 왕복하는
무료셔틀쾌속유람선을 운항, 시간에 맞춰 수송해주고 있다.

편도 소요시간은 40분정도.

현재 디너크루즈이용객은 하루에 40~50명선.

이중 외국인이 10~15%를 차지하고 있다.

그린크루즈는 가족단위나 연인끼리의 오붓한 모임을 즐기기에 적격이고
비즈니스모임에도 적합하며 특히 외국인과의 사업상담에서 효과를 본다고
한다.

주말(금,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예약을 하는게 좋고 평일에도 창가쪽자리를
원하면 미리 예약을 하는게 좋다.

(02)785-0393~4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