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로 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다음과 같은 사연을 얘기하며 해석을 원했다.

"얼마전 아내와 함께 E골프장에 갔다.

전동카를 타고 막 티잉그라운드로 나가려 하는데 골프장 직원이
막아섰다.

이유는 여자의 복장이"무소매 티셔츠" (팔뚝없는 형태의 티셔츠)라는
것이었다.

아내는 할 수 없이 티셔츠를 급히 갈아입고 플레이에 나서야 했다"

골프복장의 원칙은 "골프장이 원하는 대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골프장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어야 한다.

요즘엔 골프복장에 관한 "절대적 기준"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미국 LPGA투어 경기를 봐도 여성 프로들의 복장은 아주 자유롭다.

"나시 티"는 물론이고 남방형태의 웃옷을 입고 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바지형태도 상당히 "패셔너블"한 모습이다.

일부 골프장의 재킷요구도 비슷한 맥락이다.

외국명문골프장의 재킷 요구는 골프장 식당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재킷없이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 따로 마련돼 있기도 하다.

국내 일부골프장들의 위와 같은 요구는 "품위있는 분위기 조성"이 기본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뭔가를 제한해야만" 명문이 되고 골프장 품위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다.

골퍼들에게 뭔가를 요구하려면 "그럴 것이다"라는 고루한 상식보다
"무엇이 진정한 서비스 인가"라는 측면에서 출발해야 한다.

위 독자의 경우도 골프장측의 "오버 액션"인 느낌이 짙다.

더욱이 "방침이 정 그렇다면" 라커룸을 나올 때나 식당에 있을 때
골프장 취지를 전달하는 게 "진정한 서비스"였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