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틀랜드 (미 오리건주) = 김경수 기자 ]

세계 여자골프의 벽은 역시 두터웠다.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스타 박세리(20.아스트라)는 첫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경험부족과 쇼트퍼팅 부진 등으로 아쉽게 우승권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근교 펌킨리지GC (파71)에서 지난 10일부터
13일 (현지시각)까지 열린 제52회 US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총산금
1백30만달러)는 이같은 아쉬움과 함께 영국의 앨리슨 니콜라스(35)를
새로운 챔피언으로 탄생시킨 가운데 막을 내렸다.

무명의 니콜라스는 4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백74타로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라는 영광과 함께 상금 23만2천5백달러를 안았다.

누가 챔피언이 되느냐 못지않게 관심을 끌었던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
스타인 박세리(20 아스트라)는 최종일 2언더파 69타를 포함, 합계 2오버파
2백86타로 공동 21위를 기록했다.

우승자 니콜라스와는 12타차.

메이저대회에서 세계적 선수들과 겨뤄 거둔 이같은 성적은 상당히
우수한 것이지만 더 잘할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을 더해준다.

총 150명의 출전선수중 커트오프를 통과한 64명에 끼어 경기를 벌인
끝에 21위를 차지, 다른 대회 상위권 진입 전망을 밝게 한 것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주요 성과다.

박으로서는 처음 출전하는 메이저대회였고 미국 진출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첫날 공동 2위에서 알수있듯 10위권 진입도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20위내에 들면 얻게되는 98년 대회 자동출전권도 따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한국 출신인 펄신(30)은 합계 7오버파 2백91타로 공동 33위를 마크했다.

<> 최종일 우승경쟁

베테랑들의 우승다툼이자 영국과 미국선수의 자존심 경쟁이었다.

3라운드까지 1,2위였던 니콜라스(35)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백전노장
미국의 낸시 로페즈(40)가 주인공들.

니콜라스가 4번홀에서 이글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렸으나 로페즈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까지 4타차 간격이 유지되다가 이번대회 핸디캡2인 14번홀에서
니콜라스가 더블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로페즈가 1타차로 바싹 따라붙었다.

두선수 모두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으므로 마지막홀이
다가올수록 경기는 박진감을 더했다.

18번홀 그린에 다다를때까지도 니콜라스가 1타를 리드.

공동선두가 되면 14일 (월요일) 18홀 플레이오프를 벌여야 할 상황을
그리게 했다.

두 선수 모두 3온끝에 버디찬스.

먼저 니콜라스의 5야드거리 버디퍼팅이 30cm 모자랐다.

파는 보장된 셈이었다.

로페즈의 3야드 버디퍼팅이 들어가느냐의 여부에 모든 것이 달려있게
됐다.

그러나 그 퍼팅은 1야드가량 짧아 1타차로 경기가 끝났다.

니콜라스가 생애 첫 메이저타이틀을 획득하고 펄쩍 뛴반면 로페즈는
프로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US오픈타이틀 바로 눈앞에서 눈물을 삼키고
말았다.

로페즈는 75,77,89년에 이어 이번대회까지 2위만 4번째를 기록.

로페즈는 그러나 4라운드 내내 유일하게 60대스코어를 낸 선수로서
갤러리들의 박수는 더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