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를 약속했던 친구 한 명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

따라서 동반자의 아내가 "대타"로 출전했다.

그녀에게 핸디캡을 물으니 "90대 중반은 친다"고 했다.

그러나 남성골퍼들의 속 마음은 공히 같았다.

"웬 90대 스코어. 보나마나 100타는 훨씬 넘을 것이다"

견실하게 80대를 치는 그들은 그녀에게 홀당 한점씩을 접어 주기로 했다.

아무리 후하게 인심써도 "설마 지겠느냐"는 계산.

그러나 플레이가 시작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친구의 아내는 또박 또박 쳤다.

거리는 별 거 아니었지만 구력이 꽤 되는지 3온은 기본으로 시켰다.

남자들이 보기에 급급한 사이 그녀는 "서드샷이 붙으면 파였고 퍼팅이
스치면 보기"였다.

파3홀에서는 레이디 티에서 우드로 치는 그녀가 매번 파온에 성공한
반면 남자들 샷은 그린 양옆으로 흩어졌다.

홀당 한점씩 주기로 했으니 같은 보기이면 남자들이 지는 것.

따라서 기를 쓰고 파나 버디를 잡으려 했지만 그럴 경우엔 모두가
알다시피 더 헤메는 법 아닌가.

남자들 입장에서 게임은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다가 끝이 났다.

친구의 아내는 거뜬히 90대 초반을 쳤고 남자들은 공히 90대 중반으로
밀려 났다.

경기후 "홀당 한점"을 가장 먼저 제안한 L씨는 자신의 골프에 하나의
원칙을 추가했다.

"함부로 말하지 말지어다.

처음 본 사람도 조심해야 하지만 여성골퍼역시 조심해야 한다"

US여자오픈에서 선전중인 프로들도 화이팅이지만 요즘엔 아마추어
여성골퍼들도 화이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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