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는 이날 너무 긴장한 탓인지 초반에는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1번홀 (파4 3백79야드)에서 1cm가 모자라 첫 버디를 놓치더니 2번홀
(파3 1백71야드)에서는 4m 거리에서 3퍼팅을 하는 등 몸이 굳어있었다.

장타자인 박은 4번홀 (파5 5백1야드)에서 세컨드샷을 그린전방 20야드
지점에 갖다 놓고도 토핑을 하며 가까스로 4온1퍼팅으로 파를 잡아냈다.

초반긴장이 좀 누그러진 것은 6번홀 (4백13야드)에서였다.

파4홀로는 가장 긴 이 홀에서 박은 세컨드샷을 2m에 붙여 버디물꼬를
텄다.

박은 여세를 몰아 8번홀 (파4 3백66야드)에서는 이글성 버디 (30cm)를,
9번홀 (파4 3백88야드)에서는 4m버디 등 연속버디를 잡았다.

전반까지 합계 2언더로 선두와 1타 간격이 되자 갑자기 TV중계요원들이
달려들고 외국기자들도 서넛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의 일방적 성원을 받은 박도 자신감이 있어보였다.

<>.장타이미지의 박세리는 이날 파5홀보다는 파3홀에서 더 버디기회를
많이 맞는 아이러니를 나타냈다.

박은 파5홀에서는 단 1개의 버디도 노획하지 못한반면 파3홀에서는
세번이나 버디기회를 맞이했다.

그중 단 1개만 버디로 연결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아이언샷이 잇따라
핀 1m지점에 떨어지며 갤러리들의 탄성을 일으킨 것이다.

박은 12번홀 (파3 1백27야드)에서 9번아이언샷이 핀 50cm에 붙어 버디를
잡았고, 15번홀 (1백57야드)에서도 핀옆 1m에 볼을 떨어뜨려 파를 잡았다.

박은 그러나 15번홀을 포함해 후반에 여러차례 쇼트퍼팅 난조로 선두
진입 기회를 놓쳤다.

<>.박세리는 이날 "데일리베스트"로 기록될만한 샷을 14번홀 (파4
3백93야드)에서 보여주었다.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중간의 스프링클러 덮개를 맞고 오른쪽 깊은 러프에
빠진 것.

볼은 거의 안보일 정도로 묻혔고, 핀까지는 1백24야드가 남았다.

박은 망설이다가 9번아이언으로 펀치샷을 시도했다.

그것이 핀 3m 지점에 멈추었고 박은 그 내리막 버디퍼팅을 성공시켜
선두와의 간격을 1타로 좁힐수 있었다.

까딱 잘못하면 보기이상이 될수 있는 상황에서 "프로샷"을 보여주며
버디를 노획한 것이다.

<>.박세리는 공동 2위의 성적답게 각종 기록면에서도 선두를 기록했다.

특히 드라이브거리는 2백57야드로 1백50명의 선수중 1위를 기록했으며,
그린적중률은 78%로 공동 2위, 퍼팅수는 총 29회 (홀당 1.61회)로 공동
39위를 기록했다.

박은 그러나 14번의 티샷중 6번만 볼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켜 페어웨이
히트율 (46%)면에서는 하위권 (1백33위)에 들었다.

한편 다른 한국출신 선수들도 기록면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드라이브거리에서 박지은 (그레이스박)은 2백43.5야드로 당당 3위를
마크했고, 페어웨이 히트율에서는 펄신이 92% (12회)로 3위에 랭크됐다.

<>.오전에는 비 바람이 몰아쳐 선수들이 애를 먹었으나 박이 경기를
한 오후 (3시22분 티오프)에는 날씨가 거짓말같이 맑았던 것.

애니카 소렌스탐, 로레 데이비스, 캐리 웹, 박지은 등 오전 일찍
티오프한 선수들은 비 바람으로 집중력이 극도로 흐트러졌고, 언더파
스코어를 내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다음은 경기후 박세리의 코멘트.

"첫날 스코어에 만족한다.

코스상태가 너무 좋아 나로서는 완벽한 경기를 했다.

세계적 선수들과 경기를 하니 자신감도 생기고 경기도 더 잘 풀린 것
같다.

후반에 여러번 선두에 오를 기회가 있었지만 크게 아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3일이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2라운드에서도 물론 실수는 있겠지만 코스는 더 익숙해지므로 좋은
성적을 낼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 메이저대회인만큼 경험을 쌓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

<>.한편 KBS 위성1TV는 13일 오전 4시30분과 14일 오전 4시30분에
US여자오픈 3,4라운드를 각각 생중계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