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골프"를 중간 점검한다.

금년부터 미국 LPGA 대회에 출전키 시작한 박세리(20,삼성물산)는 총
4개대회에서 최고성적이 6위였고 최악 성적은 커트오프 미스였다.

세계 무대에서의 "박세리 현주소"는 과연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자신도 모르게 우승해야

박세리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렸던 삼성세계여자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수도 있었던 포지션"이었다.

금년 첫 출전대회인 호주 알파인매스터즈에서도 가능성이 있었다.

그 때 골프계에서는 말했다.

"뭐가 뭔지 모를 때 우승을 한번 해야 그 다음이 편해질텐데"라고.

그러나 그녀는 "시작단계에서 얼떨결에 우승하는 그런 기회"를 놓쳤다.

그녀는 이제 세계정상급 무대에서의 골프가 갈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싯점이 됐다.

박세리의 기록을 보면 그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알파인매스터즈에서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백81타로 6위에 올랐던
박세리는 그 후 순위가 계속 밀렸다.

6월1일 끝난 미켈롭라이트클래식에서는 6오버파 2백94타로 공동
26위였고 그 다음 에디나 리얼티클래식에서는 3라운드합계 1언더파
2백15타로 공동 36위 였다.

지난주 끝난 제이미파 크로거클래식에서는 2라운드에 5오버파 147타
(파71)로 예선 탈락.

<>우승과는 평균 10타이상 간격

프로세계에서도 선수들의 "기본 전력"은 이미 차별화 돼 있다.

이는 우승전력의 선수는 평균적으로 우승스코어 언저리에서 맴돈다는
의미.

소렌스탐이나 캐리 웹이 그런 선수들이고 남자투어의 타이거 우즈도
"언제나의 우승 전력"을 증명하는 선수이다.

바로 이 측면에서 박세리는 우승자와 평균 10타 이상의 간격을 보이고
있다.

알파인대회에서 우승자와의 차이는 8타였고 미켈롭에서는 17타, 그리고
에디나리얼티에서는 7타였다.

비록 3개대회에 불과하지만 그같은 "기록"이 바로 박세리의 현주소이다.

전체적으로 "커트오프는 통과하는 전력으로 볼 수 있지만 우승경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양상.

박세리는 도표에서 나타나듯 첫날 언더파를 친 적이 없다.

대개는 이틀째의 분발이 돋보였는데 커트오프에서 탈락한 지난주
대회에서는 그 2라운드도 부진, 1타차로 짐을 꾸려야 했다.

첫날 스코어는 박세리가 풀어야 하는 일차적 숙제인 셈이다.

<>과정은 비슷하다

"페어웨이가 좁아 드라이버를 맘 놓고 못 때린다.

그린도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 애를 먹는다.

한라운드에 한 두번은 클럽선택에 대한 확신이 안 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샷자체는 괜 찮다" 박세리의 이같은 얘기들은 "적응기간"을
의미한다.

달라진 환경에 대한 수업료를 내고 있다는 뜻.

여기에 언어문제나 리드베터로 부터의 "스윙 교정"도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점은 "이미 던져진 주사위"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성질이
아니다.

성미 급한 국내 골퍼들은 "혜성과 같이 나타나는 박세리"를 내심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혜성과 같이 나타난 것 같은 캐리 웹이나 소렌스탐도 실은
박세리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 중요하다.

평범한 것 같지만 세계골프의 관점에서 보면 박세리는 인정 받을만한
흐름이다.

박세리 본인이나 국내 골프 팬이나 지금 필요한 건 "인내심".

그녀에겐 시간이 요구된다.

단 단기적으로 "커트오프 탈락 직후 대회"인 이번주 US여자오픈만은
잘 싸워야 될 것 같다.

거기서도 커트오프를 미스하면 심리적 손상이 꽤 클 것이란 생각이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