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미 시대"가 열렸다.

97 대우자동차컵 매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정일미(26.휠라)는 금년
3개대회중 "2개 대회 역전 우승"이란 보기 드문 성취를 이룩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상금랭킹 4위에 무승으로 "평범한 일년"을 보낸
정일미.

그녀는 어떻게 해서 "끈질긴 승부사"로 변모했는가.

"최종홀에서 8m 퍼팅을 앞두고 있는데 갤러리들로부터 소리가 들렸어요.

"투퍼팅만 하면 기회가 있다"라는 내용이었는데 그때 난 생각했어요.

투퍼팅으론 얼마든지 막을수 있다.

그러나 짧게치거나 해서 투퍼팅으로 막는 것은 골프의 의미가 없다.

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 아닌가" 정일미는 약간 슬라이스
방향의 퍼팅을 아주 과감히 쳤고 결국은 떨어졌다.

그녀는 그 퍼팅이 우승을 결정 짓는 퍼팅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다만 그 퍼팅만은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넣어야만 할 때는 반드시
떨어진다"는 평소의 다짐을 다시한번 믿었다.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난 선두와 3타차였어요.

우승보다는 언더파 스코어로 내 나름대로의 골프만 치면 된다고
생각했죠. 사실 끝나고 보니 우승이지 플레이중에는 전혀 우승이란 생각이
없었어요.

한타 한타에만 집중하다보니 내 스코어가 얼마인지도 모른채 경기를
한거죠"

스코어 계산을 안한것은 프로로서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럴 정도로 게임에만, 하나의 샷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는 골프"를 의미한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