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그레셔널CC (미 베세즈다) = 김흥구 전문기자 ]]


근년들어 가장 떠들썩 했던 97 US오픈도 끝났다.

이번대회의 최대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역사상 최초의 "그랜드 슬램"
가능성 타진.

그러나 그것은 역시 실패로 결말이 나며 "기록의 신비함"만 더 높인
꼴이 됐다.

그랜드슬램은 과연 달성 가능한 기록일까.

<> 지구상 골프의 영원한 숙제

그랜드 슬램.

그것은 여전히 지구상 골프의 영원한 숙제로 남는다.

그것은 "인간 골프"로는 애초에 불가능한 꿈이었던 것 같다.

아마 우리 세대에서 한 해에 한 선수가 4개 메이저를 모두 휩쓰는
"전설"은 결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고 그 이후에도 존재치 않을 것이다.

표현이 너무 단언적인가.

그럴수 밖에 없다.

그것은 주제가 골프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퍼팅만 생각해 보자.

1m 퍼팅을 할 때 당신은 그 퍼팅을 언제나 자신있게 넣을 수 있는가.

한두번, 며칠, 몇달동안은 자신있게 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골프는 어느날 부턴가 그 1m가 몹시도 어렵게 생각되는 싯점이
다가 온다.

더욱이 어떤 순간이든 지금 바라보는 그 1m를 "반드시 넣어야만 될 때"
당신은 가슴이 뛰고 손이 덜덜 거린다.

"저런건 나도 넣을 수 있는데..."하는 갤러리들의 탄식은 "승부의
진정한 압박감"을 맛보지 못한 무경험자의 생각일 뿐이다.

잘 들어가던 1m가 무서워지고 자신이 없어지면 당신은 그 이유 조차
알지 못한다.

골프는 그런 것이다.

<> 3퍼팅, 3퍼팅, 3퍼팅

사람들은 이번 우즈의 모습에 크게 놀랐을지 모른다.

마스터즈때의 그 "마법적 터치"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우즈도 러프에 시달렸고 3퍼트에 시달렸다.

3라운드 후반 5홀을 남기고 3개의 3퍼팅을 범할 때 그랜드슬램은
사라졌고 최종라운드 4번홀 3퍼팅으로 연속보기가 되자 우즈의 US오픈도
끝나고 말았다.

그의 3퍼팅은 대개가 그렇듯 첫 퍼팅이 짧았고 1m 안팎거리의 세컨드
퍼팅이 빠지는 것이었다.

가능성이 사라지자 우즈의 집중력은 시간과 함께 더 흐트러 졌다.

"도무지 그린 스피드를 읽을 수 없었다"는 말은 마스터즈의 우즈가
아니라 "평범한 선수"의 코멘트였다.

<> 좋은 뉴스, 나쁜 뉴스

영웅이 된 후의 환경변화, 매스컴의 등쌀, 모두가 얘기하는 그랜드슬램에
대한 부담, 피곤함 등이 이번에 우즈가 부진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가 진정 그랜드슬램의 능력이 있다면 그런 이유들은 극히 사소한
것이 된다.

우즈의 몰락은 "골프, 인간"에서 찾아야 한다.

앞에 얘기한 "1m"를 상상해 보라.

그러면 누구나 이번 "우즈 골프"를 이해 할 수 있다.

21세의 나이이니 앞으로 또 기회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부질 없다.

어떻게 보면 이번이 최적의 기회이자 유일한 기회로 볼 수 있다.

성취는 "자신도 모르게" 이뤄져야 한다.

"세월과 더불어" 알고 노리면 더 도망가는 게 골프의 기록이다.

더욱이 이제 우즈에 대한 다른 선수들의 두려움도 사라졌다.

우즈의 세월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흘러갈 것이다.

상황종료후의 우즈 앞에는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공존한다.

좋은 뉴스는 그의 어깨에서 그랜드슬램이란 "원숭이"를 떼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쁜 뉴스는 그가 이번 대회를 통해 "지금까지 보다 훨씬 더
골프를 깨닫게 된 것"이다.

글쎄, 골프는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