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에서 최상호(43,엘로드계약프로, 남서울CC)는 "잘 쳐도 뉴스,
못 쳐도 뉴스가 되는" 유일한 인물.

그는 18년전인 지난 79년부터 88년도를 제외하고는 매년 우승했었다.

통산 42승에 지난해에는 62타라는 국내 공식경기 18홀 최저타수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우승경쟁대열에서 보기 힘들다는 것.

더욱이 그는 지난 현대마스터즈에서 7년만에 처음으로 커트오프통과에
실패했다.

그가 커트오프에서 탈락한 것은 85년도쯤 한번 있었고 90년매경오픈이
마지막이었다.

그 게 자극이 됐는지 최는 지난주 SK텔레콤에서는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그 2위도 "우승할 수도 있었던 찬스"를 놓친 "그답지 않은
2위"였다.

"쇼트퍼팅은 괜찮은데 중거리 퍼팅이 예전만큼 떨어지질 않아요.

종전엔 한라운드에서 7-8m거리 퍼팅이 두세개는 떨어졌는데 그게 안되고
있는 거죠"

프로들의 버디 숫자는 중거리퍼팅에 달려 있다고 볼때 한라운드에
1개꼴로 덜 떨어져도 4라운드엔 4타.

그것은 분명 선두권 돌출을 가로 막는 요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내 나이를 자꾸 들먹입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위에서 노장 소리도 가끔하고 체력을
걱정합니다.

그같은 주위 환경과 젊은 선수들이 확확 튀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나도 모르게 스윙에 너무 치중한 것 같아요.

지난 겨울의 퍼팅연습이 모잘랐다는 뜻이죠. 차츰 좋아지고 있으니까
큰 걱정은 안합니다"

이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다른 스포츠면 몰라도 골프만큼은 43세라는 나이가 "여전히 젊은 나이"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그의 쇠약"이 들먹여지는 것은 "최상호=우승"이라는 오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우승환경이 어려워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어요.

전엔 대략 다섯명 정도가 우승경쟁을 했는데 이제는 15명정도가 우승
실력을 가지고 있읍니다.

평균 270야드인 제 드라이브 거리는 예전과 같지만 다른 선수들이 워낙
멀리 날리니까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감도 있고.

하지만 지난해와 같이 각대회 우승자가 모두 다른 춘추전국시대양상은
한국골프를 위해 아주 바람직한 현상으로 봅니다"

현재 최상호의 상금랭킹은 5위 (5천4백22만원).

2위 한번, 5위 두번에 캠브리지에서 38위를 했었다.

그같은 기록은 사실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최상호"를 의미한다.

"최상호의 제몫이 언제나 우승이어야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지 않은가.

그 "변하는 시대"를 헤쳐 나가는 최상호를 기대한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