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을 맞으니 바쁜 일상속에서 잊고 지냈던 분단조국의 안보현실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경기도 연천군은 임진강 한탄강 재인폭포 등 명승지와 문화유적이 많은
곳이면서도 일선군부대가 많이 들어서 있는 탓인지 수도권의 주요 나들이
코스에 끼이지 못했었다.

그래서 연천군에는 아직까지 숨어서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는 관광명소와
문화유적이 풍부하게 산재해 있다.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에 자리잡은 태풍전망대와 제1땅굴, 철도중단점
등은 안보교육의 산 현장이다.

또 수십만년전 인간의 삶터인 전곡리 선사유적지, 고려패망과 조선건국의
격동이 살아 숨쉬는 숭의전, 애환과 의문을 불러 일으키는 신라의 마지막왕
경순왕릉을 비롯 열두개울 백학저수지 등 문화유적과 휴양명소도 널려 있다.

6월 보훈의 달을 맞아 연천군을 찾아 안보관광지와 함께 패망의 한이
서려있는 주변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도 보람있는 가족나들이 코스가 될법
하다.


<> 태풍전망대 =행정구역은 연천군 중면 횡산리.

6.25전쟁당시 북한으로부터 수복한 지역으로 서울에서 65km 떨어져 있다.

멀리 황해도 금천군이 내려다 보이고 발아래 전장 2백54km의 임진강이
굽이쳐 흐르는 망향의 동산(높이 2백64m)이다.

지난 78년 북한이 휴전선 가까이에 철책을 설치함에 따라 국군도 철책을
앞당겨 현재 태풍전망대는 휴전선까지는 8백m, 적의 초소까지는 1천6백m를
유지함으로써 1백55마일 휴전선상 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경기도 파주 오두산이나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처럼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닌데다 군부대의 검문을 거쳐 20분가량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접경지역에 온 긴장감의 강도가 새롭다.

이 곳은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세력들이 각축을
벌였던 군사전략상의 요충지.

이곳 전망대의 관측장교는 전망대아래 펼쳐지는 적의 초소 및 지형 등과
함께 각 고지에 얽힌 전쟁비화 등도 상세하게 설명해 줘 6.25전쟁의 상흔을
떠올리게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10분정도 달리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다리인 필승교가 있고 필승교옆에는 임진강을 통해 떠내려오는 북한
주민의 생활용품과 휴전이후 무려 34회에 걸쳐 무장침투한 북한군의 장비
일부가 전시된 전시관이 있다.

태풍전망대에 들어가려면 28사단 사령부 정훈부((0351)63-5102)나 연천군
중면사무소((0355)34-0303)로 최소한 3일전에 전화신청을 해야 한다.

<> 전곡리선사유적지 =전곡읍 전곡리 고릉리 일원에 있다.

우리나라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이 유적은 지난 78년 4월 한탄강유원지에
놀러왔던 당시 동두천 주둔 미군병사 보웬(고고학전공)이 이곳에서 4점의
석기를 우연히 채집, 서울대의 김용원 교수에게 알림으로써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유적지로 알려지게 됐다.

지난해엔 약 20만년전의 전기구석기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초등학생을 둔 가정이라면 휴대용 사진기와 메모할 노트를 준비시켜
현장학습의 기회로 활용하기 적합하다.

<> 숭의전 =고려를 창건한 태조왕건, 현종, 문종, 원종 등 4왕의 위패와
신숭겸 등 고려충신 16공신의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남한일대에 고려태조
위패가 모셔진 고려사직으로서는 유일한 곳이다.

연천군 미산면 아리미 임진강변에 있어 주변경치가 아름답다.

<> 경순왕릉 =신라임금의 무덤가운데 경주지역을 벗어나 경기도에 있는
유일한 왕릉으로 군사지역내(장남면 고랑포리)에 있다.

경순왕이 고려경종3년(978년)에 세상을 뜨자 이곳에 능을 마련했으나
오랫동안 잊혀져 있다가 조선영조때에 와서야 다시 찾게 됐다고 한다.

<> 재인폭포 =한탄강상류에 위치한 18m높이의 폭포.

편마암 단애절경이 극치를 이루는 명승지로 군사지역내에 있어 여름휴가
시즌이 아니고는 주말만 출입이 가능하다.

문의 연천군청 문화공보실.

(0355)8392-224

< 연천=노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