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부모님과 배우자를 위해 건강검진을 권유하는
사람이 많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중앙병원 서울대병원등은 건강검진예약이 2~3개월치가
밀려 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질병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있음을 확인하려는 몸부림에
비유할수 있다.

질병을 조기진단하고 건강에 확신을 가질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십만원의
비용을 별로 아까울게 없다고 생각할수 있다.

그러나 건강진단에 대한 맹신은 의료서비스의 과잉소비나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1922년부터 건강인을 대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의료보험조합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해왔다.

그러다가 미국의학협회는 지난 83년에 표준화된 건강진단이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건강진단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검사항목에 몇가지 안되는 선택사양을 부여하는 국내병원들의 일률적인
종합건강검진은 한국과 일본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건강검진은 질병색출효과와 비용의 효용성면에서 크게 떨어진다고
의료인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의료수요자의 요구에 맞는 최적의 검사항목을 각자 선택할수 있는
제도도입이 절실하다.

또 의료소비자들도 체계적인 의학상식을 쌓아 어떤 검사가 진정 필요한지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예컨대 폐경기 여성은 여성호르몬대체요법을 받겠다는 사람에 한해
골밀도측정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이 아주 심한 사람은 방사선사진만으로 나타나므로 굳이
골밀도측정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숙박을 하며 받는 건강검진도 있다.

대부분 검진은 3시간이면 끝낼수 있다.

검사를 하룻밤 병원에 머물며 받으면 환자가 안정을 취할수 있고 검사전
처치가 쉬우며 수시로 혈당 혈압을 재서 더욱 세밀하게 변화추이를 알아볼수
있다.

또 검사와 건강교육을 병행할수 있고 여러질병이 겹쳤을 경우 각과의
협진도 받을수 있어 좋다.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숙박하면서 받는 건강검진은 의료사치라
볼 수밖에 없다.

한편 20만~30만원하는 스포츠의학검진도 심혈관계 호흡기계에 질환이
있거나 운동처방을 받으려는 사람에 한해 실시되는게 바람직하다.

운동후 1시간이 지나면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건강한 일반인은 스포츠의학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최대운동능력의 60~80%로 1주에 3~5회,
단계적으로 30~60분씩으로 시간을 늘려 운동하면 된다.

암검진에서는 암표지자검사가 별로 유효하지 않으며 거의 모든 암이
조직검사를 해야만 확진이 가능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혈액을 뽑아 암표지자인 CA-X항원을 검출하는 검사는 암의 발병부위에
따라 25~50%, 많아야 70%정도의 진단정확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암검진은 성별 연령 신체부위를 고려해 건강진단과 상관없이 해당과에서
주기적인 검사를 받는게 가장 좋다.

또 일부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심장혈관조영촬영 등 고가장비를 이용한 건강검진을 일반인의 뇌 심장
검진에 실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 박종태 소장은 "원인을 알수 없는
증상이 생긴 사람가운데 확실한 병명을 진단받고자 종합검진을 이용하는
것은 검진에 대한 맹신"이라며 "가정의학과나 일반내과를 들러 증상에 가장
적합한 진료과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진후에는 검사결과에 대한 의사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앞으로
지켜야할 구체적인 건강생활수칙을 습득하는게 더욱 중요하다"며 "끊임없는
건강컨설팅과 의학상식습득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