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개최된 세계 기전에서 한국 기사들이 결승 문턱도 넘지 못하고
초반에 맥없이 탈락하고 있다.

이창호 조훈현 등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기사들이 중국과 일본의
기사들에 잇따라 패하고 있는 것.

이는 근례에 보기드문 현상으로 한국 바둑계에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제18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은 이창호 조훈현 등이 출전했으나 첫대결서 맥없이 무너졌다.

이창호 9단은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위빈 9단에게 불계패를 당했고 본선
1회전을 치른 조훈현 9단 역시 녜웨이핑 9단에게 돌을 들었다.

특히 이같은 패배는 지난달 한국선수 전원이 예선에서 탈락했던
후지쓰배대회에 이어진 것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당시 조훈현 양재호 최명훈이 1차전에서 고배를 들었고 2차전에선
이창호 유창혁 서봉수가 각각 중국과 일본 기사에 무릎을 꿇었다.

바둑계에선 한국바둑의 침몰에 대해 그동안 외국기계의 변화에 대해
등한시 했다는 것을 일차적 요인으로 꼽고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의 기사들은 한국바둑을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자국 기사들의 기보보다는 이창호 조훈현 등의 한국기사들의 최근
대국기보를 바둑공부 재료로 삼고 있을 정도.

이같은 변화를 읽지 못하니 어찌보면 패배는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기사들이 너무 혹사 당하고 있다는 것도 설득력을 갖는다.

대국수가 너무 많다는 것.

윤기현 9단은 "사실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등은 1년에 1백여국 가까이
대국을 갖는다.

3일에 1번정도 대국을 두니 공부할 틈도 없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칠수
밖에 없다"며 "이번 패배를 거울삼아 한국 기사들도 대국수를 줄여
컨디션을 조절하고 외국 기사들에 대한 연구에도 소홀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