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이 "3전4기"에 성공하며 배달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조9단은 8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4기 SK텔레콤배 배달왕기전
(한국경제신문사 주최, SK텔레콤 후원) 도전 5번기 제5국에서 흑으로
1백53수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3승 2패로 배달왕을 거머쥐었다.

우승상금 2천만원.

이로써 이창호의 배달왕 4연패를 저지한 조9단은 도전 4년만에 타이틀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조9단은 배달왕을 차지함으로써 패왕 비씨카드 기왕 KBS 바둑왕 등 국내
기전 5관왕에 올랐고 또 세계기전인 동양증권배도 제패해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조9단은 이날 신수를 구사한 이9단에 중반까지 밀리다 우변중앙 흑세력권에
침투한 백대마 공략에 성공하면서 승리를 거뒀다.

대국 중반까지는 조9단이 다소 열세를 보였다.

하변중앙의 16및 우상귀에서 68수까지 신정석을 구사한 이9단의 페이스였다.

열세를 느낀 조9단은 좌상귀에 패를 만들면서 첫 승부수를 띄웠다.

하변 흑2점을 팻감으로 활용, 좌상귀의 백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전략.

그러나 하변 흑대마를 살려주고 대신 좌상귀에서 실리를 챙긴 이9단의
응수에 열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9단은 대국 중반 우변 흑세력권에 침투한 백을 공략하면서 백130의
결정적인 실착을 틈타 백대마를 잡고 이9단의 항복을 받아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오랜만에 창호를 이겼다는 기분이다.

특히 배달왕전에서는 3년 연속 패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롭다"


-언제 승리를 확신했나.

"우변에 침투한 백을 잡았을 때다.

이전까지는 계가 바둑으로 생각했다"

-이창호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특별한 비결은 없다.

창호가 져주는 것 같다.

대국마다 최선을 다하는데 올해는 특히 운이 따라준다"

-상대하기 거북한 기사는.

"아무래도 이창호다.

유창혁도 만만치 않지만 기복이 심해 이창호보다는 편하다는 생각이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