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보기"는 가장 흔한 스코어이다.

핸디캡이 10이건 20이건 간에 라운드 초반 보기가 계속되면 큰 불만이
없다.

처음 3~5개홀에서 계속 보기만 했다면 그때까지는 희망적 흐름이다.

그러나 문제는 3개홀 정도 연속 보기를 한 "이후"이다.

첫 3개홀에서 꾸준히 보기를 한 후 4번째홀에서 파를 잡으면 그날은
"뭔가 되는 날"이 되지만 만약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하면 "희망적
흐름이 단번에 절망적"이 된다.

이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패턴이다.

골퍼들은 항상 "보기를 기준으로" 스코어를 계산하는 습성이 있다.

보기 플레이를 하다가 파를 잡아 "보기 언더"가 되면 플레이에 의욕이
넘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줄 보기 이후 한 홀에서 삐끗해 "보기 오버"가 되면 금새
"보기 이븐 만들기"의 부담에 시달린다.

결국 아마추어 골프는 근근히 보기를 한 이후 "무엇이 나타나느냐"에
따라 그날 전체 스코어가 좌우되는 셈이다.

라운드 초반 보기가 계속될때 골퍼들은 그 이후의 중요성을 예측하고
"첫 파"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얘기.

파를 잡기 싫어 안 잡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골프의 일반적
흐름"을 알고 보기 이후를 대비하는 편이 훨씬 강자가 될 수 있다.

보기라는 "본전 치기"는 그 이후의 단 한홀 스코어로 18홀 전체의
이득과 손해여부가 순식간에 정해진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