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업계의 광고전쟁이 이달들어 또 다시 불붙었다.

1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에 합의된 해외여행업계의 전면광고
자제결정시한이 3월말로 종료됨에 따라 삼홍 온누리 씨에프랑스 등 일부
여행업체들이 이달들어 전면광고를 본격 재개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여행업계에서는 경기침체로 영업여건이 좋지 않은 현상황에서
벌어지는 업체간의 지나친 광고비지출과 과당경쟁은 저가상품의 범람과
해외현지여행사(랜드업체)의 도산 등 해외여행시장질서의 문란을 몰고 올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해외여행사들의 단체인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는 지난달말 회의를 열어
광고크기를 8단광고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지난해 8월의 자율규제합의를
업계의 과다한 해외여행상품광고를 줄여나간다는 차원에서 올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이를 어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책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삼홍 등 3개여행사는 협회의 이같은 방침에 반발, 회의에도
불참하고 독자적인 행동을 표방하고 나선 것.

해외여행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지난 수년간 무모할 정도로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 등을 통해 급성장한 삼홍여행사(사장 홍성호)는 광고자율규제가
해제된 지난 1일 모일간지에 전면광고를 실어 광고경쟁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에 질세라 후발업체로 삼홍과 더불어 "전면광고 3인방"이라 불리는
온누리(사장 최웅웅)와 씨에 프랑스(사장 지길호)도 2일부터 전면광고를
개시했다.

이들 3개 여행사는 지금까지 주 4~5회 8단으로 내던 광고를 주2회 전면
광고로 전환했다.

삼홍 등 3개 여행사는 "그동안 8단광고게재로 인해 모객이 부실해 자금
압박을 받았으며 광고크기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업체의 신용도가
다르다"며 더 이상의 자율규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광고자율규제를 고수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경기침체와
국제수지적자확대에 따른 과소비억제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여행사
들이 무분별한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전면광고를 재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며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롯데 코오롱 한진 자유 계명 세진 오아시스 등 작년 광고자율규제전 전면
광고전쟁에 휘말려 봤던 여행사들은 "전면광고가 단기적으로 모객실적은
어느정도 높여주지만 결과적으로 적자폭만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업계공멸을
자초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삼홍 등 3개여행사가 전면광고를 계속하면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과다한 광고경쟁이 광고비의 과다한 지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실관광 등 모든 해외여행시장부조리의 근원이라는 차원에서
여행사간의 광고전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면광고 등에 따른 광고비의 과다한 지출은 결국 저가상품경쟁을
유도하고 한국의 여행사가 현지 랜드업체들에 정상적인 지상비(호텔숙박
차량편 식사비 등 현지여행경비)를 지불하지 않음으로써 랜드사가
여행객에게 쇼핑을 강요하는 등 그 피해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여행사는 현지지상비를 원가이하로 터무니없이 깎거나 6개월
짜리 어음을 발행하는데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장기어음을 단기어음으로
교환해 결제를 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랜드요금을 인하하거나 랜드요금
계약시 고정환율을 강요, 환차손을 랜드사에 떠넘기고 있다.

이에따라 도산하는 랜드사가 늘어나고 있으며 현지랜드사의 신용이 극도로
추락, 현금을 제공하지 않으면 호텔이나 식당 등의 예약이 불가능한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인이 많이 가는 유럽, 호주.뉴질랜드, 괌.사이판,
동남아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어 한국의 국가 이미지마저 크게
손상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 노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