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깊이 하면 버디를 못할 홀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생각을
멈춰버리면 더블보기를 못할 홀 역시 하나도 없다"

97 US 매스터즈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GC의 공동설계가인 보비 존스의
말이다.

그만큼 오거스타GC의 코스는 한홀마다 연구를 하지 않으면 공략이
어렵다는 뜻이다.

매스터즈는 61년동안 오거스타GC 한 곳에서 열려왔고, 코스 레이아웃도
1934년 첫 대회때에 비해 거의 변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우승자의 평균타수가 278.5타로
10언더파에도 못미친다.

라운드당 평균 2~3언더파만 치면 우승한다는 얘기다.

도대체 오거스타GC가 어떤 코스이길래 그런가.

총 18홀중에서도 세계적인 골퍼들의 영광과 좌절이 교차했던 특징적인
코스들을 음미해 본다.

<> 코스개괄

파72에 전장이 6천9백25야드로 다른 챔피언코스에 비해 조금 짧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페어웨이는 넓고 러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홀마다 선택가능한 공략루트가 있지만 세컨드샷이나 퍼팅을 생각하지
않고 드라이버나 어프로치샷을 날리면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전략적 코스의 전형이라고 할수 있다.

그린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매스터즈에서 우승하려면 섬세한 퍼팅능력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그린은 앞쪽이 낮고 뒤쪽이 높은 형태가 많아 어프로치샷이 깃대를
오버하면 파를 잡기가 쉽지않다.

"10m 오르막퍼팅이 1m 내리막 퍼팅보다 훨씬 낫다"는 말도 여기서
연유한다.

오거스타의 주인공이 되려면 바람계산도 잘해야 한다.

11,12번홀은 인접홀인데도 바람이 정반대로 불기 때문에 클럽선택이
적절치 않으면 재앙으로 연결된다.

<> 특징홀

<>.아멘코너 = 백나인의 핵심인 11,12,13번 3개홀을 지칭한다.

선수들이 이 홀들을 무사히 통과하려면 기도를 드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붙여졌다.

11번홀 (파4.4백55야드)은 파4홀중 가장 긴 홀인데다 그린 왼쪽에 큰
연못이 자리잡고 있다.

그린은 연못쪽으로 경사져있기 때문에 내리막 경사지에서의 세컨드샷을
그린오른쪽에 정확히 떨어뜨리는 것이 관건이다.

닉 팔도가 89,90년 연속 우승할 당시 이 홀에서 승기를 잡아 연장전끝에
승리한 것이 유명하다.

매스터즈 3회우승의 게리 플레이어는 "이 홀에서는 더블보기를 피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고 현역시절을 회고한다.

12번홀 (파3.1백55야드)은 오거스타GC에서 가장 짧지만 선수들에게
극도의 긴장을 요구하는 홀.

그린 전면에 개울이 흐르고 있고, 앞뒤에는 3개의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티샷이 요구된다.

특히 바람이 변화무쌍해 선수들은 5번에서 9번아이언까지 상황에 따라
클럽을 선택해야 하는 곳.

92년 프레드 커플스의 티샷이 그린에 떨어진뒤 백스핀을 먹고 데굴데굴
굴러가다 운좋게 연못 가장자리에 멈춰 그에게 우승을 선사한 반면
지난해에는 그레그 노먼에게 또한번의 좌절을 안겨주었던 홀.

닉 팔도와 동률선두를 달리던 노먼은 티샷이 물에 빠지며 더블보기를
범해 팔도에게 우승을 헌납했다.

13번홀 (파5.4백85야드).

왼쪽으로 도그레그됐고, 페어웨이 왼쪽을 따라 흐르다가 그린 전면을
가로지르는 개울이 특징적인 홀.

짧기 때문에 장타자나 모험가들은 2온을 노리지만 개울과 그린뒤쪽 4개의
벙커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닉 팔도가 지난해 어프로치샷을 앞두고 페어웨이우드냐 롱아이언이냐로
긴시간 고민한 끝에 결국 롱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가 하면 폴 에이징거는 90년 이 홀에서 10타를 치기도 했다.

<>.15번홀 (파5.5백야드) = 아놀드 파머는 매스터즈를 가리켜 "4라운드
후반 9개홀에서 경기는 시작된다"고 말한바 있다.

아멘코너 못지않게 승부를 좌우할수 있는 홀.

그린 전면을 거의 가로지르다시피 큰 연못이 자리잡고 있어 선수들에게
13번홀에 이어 또한번 2온이냐 3온이냐의 기로에 서게 하는 홀.

매스터즈사상 가장 유명한 샷이라는 진 사라센의 앨버트로스
(더블이글)가 1935년 이홀에서 나왔다.

당시 2백m를 남기고 사라센이 친 4번우드샷이 그대로 컵에 들어간 것.

물론 그해 챔피언은 사라센이었다.

반면 노먼은 지난대회 4라운드에서 닉 팔도에게 역전 당한후 그린사이드
에서 이글칩샷을 노렸으나 실패로 끝나며 분루를 삼켰던 홀이기도 하다.

또 타이거 우즈가 아마추어 시절인 95년 연습라운드에서 드라이버에
이어 9번아이언으로 가볍게 2온을 시켜 장타력을 과시했던 곳이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