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홀중 특히 중요한 4홀을 뽑으라면 당신은 어떤 홀들을 꼽을 것인가.

나는 1번, 6번, 10번, 15번홀을 선택하겠다.

골프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홀들은 "그늘집 다음홀"을 의미한다.

"그늘집 다음홀"은 언제나 골프의 "새로운 시작"이다.

골프는 "고집"이 있기 마련이어서 한번 흐름이 나빠지면 그 흐름이
몇홀 계속 이어진다.

그 고집을 꺽고 식히는 역할을 하는곳이 바로 그늘집.

그늘집에서 "자 이제부터 잘 쳐보자"고 한마디 안하는 골퍼는 이 세상에
한명도 없다.

그때까지의 스코어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모든 골퍼는
그늘집 다음홀부터 심기일전의 도약을 꿈꾼다.

그늘집 다음홀에서 파나 버디를 잡으면 다음 그늘집까지는 유쾌한
골프가 이어지지만 더블보기라도 하면 계속 허덕이는 흐름이다.

그늘집 다음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티에 올라갈것.

그 골퍼는 아무 생각없이 치는 골퍼보다 분명 한수 위이다.

한편 4개홀중 가장 중요한 한홀을 꼽으라면 그건 단연 10번홀이다.

골퍼들은 전후반을 나눠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인데 그 후반은
10번홀이 절대적으로 좌우한다.

전반을 잘친 골퍼가 10번홀에서도 파가 이어지면 그날 스코어는 분명
핸디캡을 밑돈다.

또 전반을 못 쳤더라도 10번홀이 좋으면 "후반 복구"의 계기가 마련된다.

반면에 10번홀에서 더블이나 트리플이 나타나면 그날 골프는 최고가
평년작이다.

10번홀은 실제 전체 라운드를 지배하는 홀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