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골퍼들이 왼손잡이라는 이유 하나때문에 서러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이들은 클럽을 살때부터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으며 연습장에 가면 더욱
차별대우를 받아야 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국내 왼손잡이 골퍼수는 골퍼 1백명중 1~2명꼴.

중도에 오른손잡이로 전환한 케이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늘어난다.

왼손잡이들은 클럽을 구입할때 특별주문하거나 외국에서 구입해
가져와야 한다.

기성클럽은 대부분 오른손잡이용으로 나와있기 때문이다.

연습장에서는 왼손잡이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하다.

아예 왼손잡이 골퍼를 입장시키지 않는 곳이 있는가하면 입장시키더라도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대에만 이용할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연습장들은 왼손잡이골퍼가 입장하면 타석2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타석만 돌려놓으면 1개 공간에서 칠수 있는 것이다.

다만 오른손잡이들이 볼때 자신의 얼굴을 치는 것같은 거북함을 느끼기
때문에 타석간격을 조금 넓혀놓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내 연습장중 왼손잡이용 타석이 있는 곳은 남태령 북악 등 손꼽을
정도다.

필드에서도 이들에 대한 차별대우는 예외가 아니다.

겨울철 대부분 골프장들은 인조티잉그라운드를 쓰는데 이것 역시
왼손잡이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게끔 돼있다.

티꼽는 곳도 마련돼있지 않으며 스탠스를 취할 공간도 모자라는 것이다.

왼손잡이들에게 이같은 시설미비보다 더 서러운 것은 "오른손잡이로
전향하라"는 주위사람들의 충고다.

이들은 골프는 왼손으로 리드하는만큼 오른손잡이로 전향하면 왼손잡이
에게 더욱 유리할것 아니냐는 엉뚱한 논리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왼손잡이들은 그러나 "그렇다면 오른손잡이들은 오른손이 힘이 좋으로
왼손잡이로 전향하면 될것 아닌가"고 반문한다.

충고자들의 말이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날때부터 왼손잡이인
사람을 어느날 갑자기 오른손잡이로 바꾸라고 하니 황당무계할수밖에
없는것.

왼손잡이중에는 이들의 충고를 받아 도중에 오른손잡이로 전향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는 것이다.

회사원 C씨는 "테니스라켓을 왼손으로 잡고, 못을 왼손으로 박을 정도면
골프도 왼손잡이로 해야한다"고 경험담을 늘어놓는다.

K씨도 "오른손잡이로 바꾸고나서 3년동안 나름대로 연습을 많이 했는데
진전이 없었다"며 "다시 본래의 왼손잡이로 돌아와보니 1년도 안돼 점수가
낮아지더라"고 말한다.

골프에서도 개성과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필 미켈슨이나 보브 찰스같은 골퍼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