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초 페블비치 프로암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마크 오미러(미국)는
15번홀까지 타이거 우즈에 2타차 앞서 있었다.

우즈는 누가뭐래도 96~97시즌의 영웅.

그런데 오미러가 15번홀 플레이를 마칠 즈음 16번홀에서 거대한 함성이
일었다.

말할 것도 없이 우즈의 버디였다.

간격은 단 1타차가 됐다.

이쯤되면 오미러가 급히 쫓기는 상황.

그러나 오미러 역시 16번홀에서 그린사이드 칩샷을 침착히 넣으며 2타차
타수를 유지했다.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앞조의 우즈는 1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노획, 천지가 진동하는 함성을 다시
만들어냈다.

그러나 오미러도 만만치 않게 같은 17번홀에서 천금의 버디퍼팅을 성공
시켰다.

오미러는 파5홀인 18번홀에서 파에 그쳤지만 결과는 1타차 우승.

우즈는 2위였다.

경기후 누군가 오미러에게 물었다.

"모든 팬들이 우즈를 응원하고 또 그 우즈가 앞에서 연속버디를 잡으며
추격하면 당신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해 오미러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프로도 아니지요"

이같은 케이스의 승부는 진정 멋지다.

모든 골퍼들이 얘기하듯 골프는 "상대의 굿샷이 나의 미스샷"으로 이어진다.

승리는 그런 패턴을 뒤집을때 쟁취된다.

골프가 자신과의 싸움이라 하는 것은 "혼자만 잘 치라는게 아니라 남이
잘치는 것을 보고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인간 세상에 혼자만의 플레이는 없다.

역도 선수도 남이 들어 올리는 무게가 자신의 게임에 영향을 끼친다.

이 따뜻한 봄날 오미러를 떠 올리며 멋진 승부의 주역이 되면 어떨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