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의 경험이다.

그날 1번홀에서 1m 파세이브 퍼팅을 미스했고 2번홀에서도 3퍼트
보기였다.

3번홀 역시 3퍼트. 퍼팅이 안 될때 나는 "백스윙을 더 천천히 하는 것"
으로 감을 잡곤 했으나 그날은 어떻게 쳐도 볼은 계속 홀컵을 스쳤다.

퍼팅이 부진하면 샷도 부실해 지는 법.

그날의 라운드 흐름은 완전히 "최악"이었다.

그러나 8번홀쯤에서 그 원인을 발견해냈다.

그날 우리는 너무 심각하게 골프를 치고 있었다.

오랫만의 만남과 시즌초반의 승부욕 등에 기인, 4명의 골퍼는 별 말없이
플레이에만 골몰했다.

그것은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골프는 언제나 즐거워야 하고 그 즐거운 기분이 샷 할때의 긴장을
풀어줘야 집중도 된다.

그런데 그날은 심각한 분위기가 계속되며 샷할때도 마음이 무거웠던
모양이다.

나는 그 홀이후 스스로 분위기 쇄신에 노력했다.

농담도 하고 손바닥도 마주치며 평소의 "웃음짓는 골프"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퍼팅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흐름도 정상화됐다.

그날 나는 오래전에 들은 한 골퍼의 얘기가 생각났다.

"골프도 형식이 내용을 규제한다.

그저 느긋하게 치자고 다짐만 하는 골퍼와 그린보수도 열심히 하고
캐디도 도와주는등 행동으로 느긋함을 실천하는 골퍼는 분명 샷이 다르다.

실제 행동을 하면 마음도 진실이 되지만 속으로 다짐만하면 뭔가 한계가
있다.

바로 그점 때문에 매너 좋은 골퍼가 골프를 잘 친다.

마음뿐 아니라 실제 즐거운 행동, 느긋한 행동이 있어야 그것이 굿샷과
연결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