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골프 프로로 공인받는 길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누가 봐도 이제는 프로가 되었구나 하고 축하할만한 사람이
마지막 홀에서 소위 골프경련증이라고 하는 기묘한 질병인 "입스" 때문에
그만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

18번홀, 투온이 되었다.

3m 이내의 홀만 잘 처리하면 그렇게 바라던 프로가 되고 앞길이 트이는
순간이다.

아마츄어도 파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라이였다.

보기만 하여도 합격이니 벌써 주위에서 박수도 나왔다.

그런데 첫번째 퍼팅이 그만 불과 20cm 밖에 나가지 않게 갑자기 손목
근처의 근육이 굳은 듯 했다.

다시 두번째 퍼팅.

이번에 홀컵을 훨씬 넘어섰다.

그리고 다시 실패.

결국 더블 보기로 마감하고 프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소감은 "우엇엔가 씌운듯 하다.

나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짧은 거리의 공략시 나타나는 참으로 알 수 없는 괴질이 입스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쌤 스니드, 벤 호간도 이 괴질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퍼터를 바꿔보고, 퍼팅 스타일을 고쳐보고 그립도 교체하여 봤으나
효험이 없어서 최면술까지 동원하였다.

정신적인 긴장이 퍼팅시 동원되는 근육에 순간적으로 전달되어 근육
경련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으나 확실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퍼터에서만 나타나는 증세라고는 하지만 그린 근처의 짧은
어프로치를 시도할 때부터 볼 수 있다.

소위 뒤땅만 푹찍어 버리고 공은 겨우 몇 cm밖에 나가지 않거나 연습
스윙시는 부드럽게 잘 되었는데 막상 칠때는 너무 강하게 내리쳐서 멀리
날려보내는 경우들이 모두 입스 때문이다.

입스는 너무 강한 승부욕과 서두르는 실리적 긴박감이 피로와 겹쳤을 때
잘 나타나고 남을 의식하는 경우에 심해진다.

입스환자(?)가 아무도 없는데서나 혼자서 할 때는 거의 보기 어렵다.

아마츄어들에게 이러한 입스가 생기면 "벤호간도 당했었는데..."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심리적 긴장감을 자신이 해소하는 능력을 기르고 집에서
혼자 퍼팅연습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임해야 하겠다.

< 삼성서울병원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