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누리회(마포구 도화동)는 백혈병환자가 모여 새삶을 찾고자 만든
모임이다.

백혈병은 치료제의 발달과 골수이식의 확산으로 치료될수 있는 병이
됐지만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이식받을 골수를 구하지 못하면 완치는
"그림의 떡"이다.

이모임이 시작된 때는 지난 95년 12월.

치료차 병원을 드나들다 낯이 익게된 환자들이 식당 다방에서 정보를
교환하다 "이대로 생명을 멈출수 없다"는 강한 삶의 의지로 모임을 만들게
된 것이다.

모임초기에는 지난해 5월 세상을 뜬 전사무국장인 박동하씨가 회원주소록
작성 회지발간 기부금모금을 도맡아했다.

현재는 백혈병으로 고생하다 항암치료로 완치된 이철환사무국장이
1천5백여회원으로부터 수천수만원씩 회비를 거둬 힘겹게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새빛누리회 회지에는 회원들의 투병수기와 눈물겨운 사연이 실린다.

회원들은 산자의 기쁨을 통해 용기를 얻고 고통받는 사연에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긴병에 효자없듯 오랜 투병기간과 5천만~1억5천만원하는 치료비는
가족을 지치게 한다.

국내에서는 올해 5백여건의 골수이식수술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되는데
국내환자수는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돼 완치의 길은 바늘구멍만큼이나
좁다.

그래도 회원들은 용기를 잃지 않고 꺼져가는 생명에 모닥불을 지피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혈소판헌혈을 호소하며 가두캠페인에 나선 것이다.

백혈병환자는 항암치료중에 혈액성분이 고갈돼 수혈을 받는데 혈소판은
이틀이상 보관할수 없어 혈소판치가 떨어질때마다 그때그때 혈소판만 따로
수혈받아야 한다.

이러한 번거로움때문에 보통헌혈보다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바로 옆자리에 누워 헌혈해주는 사람을 보면 고마움과 미안함에 감정이
북받친다고 회원들은 말한다.

회원들은 혈소판과 약간의 성금을 전해줄 따뜻한 전화(704-0807)가
기다려진다.

<정종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