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과 주초에 영동.영서지방과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려 전국을 눈나라로 만들었다.

겨울산들은 이제 하얀옷을 두툼하게 입고 길손들을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인 겨울등반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지난 3년동안 겨울에 적설량이 많지 않아 겨울등반의 참맛을 즐길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눈이 풍성하게 내리고 있어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고
있다.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눈꽃이 만발해 하얀 동화의 눈세계를
이루고 있는 겨울산 몇곳을 찾아가 본다.

<< 가평 명지산 >>

경기도에서 화악산(1천4백68m)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산(1천2백76m)이다.

그러나 산세가 험하지 않아 초보자라도 쉽게 오를수 있어 친근감을
준다.

겨울이면 적설량이 많은데다 설화가 장관이며 수도권에서 거리가 가까워
당일산행지로 적합하다.

산행코스는 일반적으로 정상의 동쪽인 익근리와 서쪽의 상판리에서 오르는
코스가 애용된다.

상판리코스는 다락터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귀목고개를 가파르게 오르면 중턱쯤에 화전터가 나온다.

이곳은 한키를 넘는 억새풀이 온통 뒤덮고 있어 그 사이로 지나가는
멋이 일품이다.

화전터를 지나면 경사도는 더욱 급해지며 참나무가 꽉 들어찬 숲길을
지그재그로 올가가는데 눈숲사이를 지나가는 정취가 각별하다.

아재비고개~남봉을 거쳐 정상에 닿는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에는 굴참나무와 전나무군락, 고사목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설경을 빚어낸다.

하산은 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1천79m고봉~지나명지폭포~승천사~
익근리코스를 택한다.

총산행시간은 6시간정도 걸린다.

<> 별미집 = 가평읍에서 춘천으로 가는 구도로를 타고 3분쯤 가면
언덕배기 커브길에 철교가 보인다.

그 밑에 쏘가리매운탕으로 유명한 마산집(0356-82-2053)이 자리잡고
있다.

북한강에서 직접 잡은 싱싱한 물고기가 제맛을 낸다.


<< 무주 덕유산 >>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위치하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많은 적설량 때문에 최적의 적설등반지로 꼽힌다.

눈덮인 덕유산은 흡사 작은 히말라야를 연상케한다.

첩첩산중으로 장쾌하게 이어진 크고 작은 연봉들이 하얀 눈가루를
흩날리며 펼치는 파노라마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향적봉으로 불리는 덕유산 정상을 밟으면 북쪽의 칠봉과 신선봉, 북서쪽의
적상산, 그리고 남쪽의 남덕유산등 숱한 설산들의 능선이 구름에 걸려
신선경을 이루고 있다.

산행은 대개 삼공리주차장~신대휴게소를 잇는 구천동계곡주변에서
시작한다.

빼어난 계곡미에 한눈을 팔다보면 눈쌓인 능선길로 접어든다.

무주리조트에서 스키와 온천도 즐기면 금상첨화다.

<> 별미집 =무주리조트 초입에 있는 한우촌((0657-322-3885)의
육사시미요리는 특별나다.

소의 앞다리 무릎고기를 얼리지 않은채 손님이 보는 앞에서 썰어준다.

소스는 고추장 기름 마늘 생강등 7~8가지 양념으로 만든다.


<< 제천 천등산 >>

흙산으로 이루어진 천등산(8백7m)은 다양한 수종을 보유하고 있어
수림전시장을 방불케한다.

겨울철 설화가 만발할때 박달나무와 참나무가 가득찬 숲속 등산로를
거니는 것은 마치 산호초속에서 노니는 기분마저 들게 할 정도로 환상적인
운치를 자랑한다.

산행기점은 장호원과 제천 중간지점인 다릿재.

낙엽송수림지대~6백10m봉~남쪽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른다.

북으로 치악산 남쪽으로 뾰족한 월악산, 그아래로 충주호가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있다.

총산행시간은 4시간정도.

인근의 박달재휴게소에서 도토리묵과 동동주를 맛볼수 있으려 귀로에는
능안탄산온천에 들러 등산의 피로를 풀수있다.


<< 횡성 백덕산 >>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에 위치한 백덕산(1천3백50m)은 울창한 수림과
기암절벽, 층층단애등 신비경을 고루 갖춘 명산이다.

특히 겨울철이면 풍부한 적설량에다 다른 산에서 보기 힘든 빙화가
만발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문재터널(5백50m)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사자산을 거쳐 경치 좋기로
이름난 당재에 닿는다.

하산은 묵골마을로 하는데 급경사의 등산로는 스키장의 설원을
방불케해 "엉덩이스키"를 타며 내려오는 재미도 맛볼수 있다.

총산행 5시간 소요.

묵골마을에서 감자부침과 동동주로 추위와 산행의 피로를 푼다.

가마솥뚜껑을 뒤집어 부치는 토종 감자부침이 별미다.

<노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