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해외여행 초보자나 베테랑여행자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드문
여행지로 꼽힌다.

7,000여개가 넘는 섬의 나라, 그 다양성과 순수함에서 발산되는 신비한
매력이 결코 바래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1세기에 홍콩과 싱가포르를 대체할 아시아의 자유무역항을 꿈꾸며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수비크만과 고원골프휴양지 반얀트리리조트 등을
2회에 나누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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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근 1세기동안 태평양지역 최대의 미해군기지로 사용됐던 수비크베이는
필리핀정부가 국운을 걸고 "자유무역항+대규모 산업공단+세계적 관광단지"의
메트로폴리탄으로 만들기위해 야심찬 투자를 벌이고 있는 곳.

미군이 완전 철수한 지난 92년 수비크만행정청(SBMA)을 설립하고 공단조성
및 관광투자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데니 코르푸즈 필리핀관광청장은 현재 말레이시아자본이 1,200실규모의
특급호텔과 카지노를 겸한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는 등 14개국에서 200여개의
업체가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 볼거리 ]

수비크만은 들어갈때부터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

지금은 미 해군기지가 아니지만 군사작전지역처럼 베리케이트가 처진
검문소를 허가를 받고 통과해야 하므로 묘한 기분이 든다.

수비크만내의 관광호텔이나 레스토랑, 쇼핑센터, 골프장 등 관광시설들도
독특하다.

미군 병사나 장교들이 쓰던 막사와 숙소 등 미군시설을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형화된 일반관광시설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제공한다.

북쪽해안끝에 위치한 바니티칸밸리골프장도 미군들이 사용하던 골프장이다.

현재 SBMA가 대만의 유니버설그룹과 합작, 18홀짜리를 야간게임이 가능한
27홀로 확장공사중에 있다.

SBMA의 마리타 C.발렌쥬엘라 홍보실장은 "군사기지로서의 특색을 살려
해군사령부가 사용하던 지하벙커도 관광자원화, 내년부터 일반관광객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난 말 APEC정상회담이 열렸던 트리보아베이리조트(공항남쪽해변)도
관광명소가 됐다.

이 곳은 원래 기지내 지하탄약창고자리로 각국 정상들이 묵었던 21채의
호화빌라(APEC빌리지)가 그림같은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다.


[ 할거리 ]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낀 수빅만에서는 요트, 제트스키 등 각종 해양
스포츠는 물론, 승마, 정글탐험 등을 즐길수 있다.

수비크국제공항주변에 올핸즈비치 등 3개의 비치가 있어 수영과 수상스키
등 각종 해양스포츠가 가능하다.

특히 제2차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이곳에서의 스쿠버다이빙은 일반적인
열대어나 산호초관상외에 수몰한 전함 등 전쟁의 잔해를 볼수 있어
스쿠버다이버들의 흥미를 끈다.

요트는 항만 깊숙이 자리잡은 요트클럽하우스에서 즐길 수 있다.

요트클럽하우스는 수빅만내의 유일한 마리나시설로 하우스주변은 앞으로
수상스키, 스쿠버다이빙 등 각종 해양스포츠는 물론 호텔, 빌라, 콘도,
식당, 쇼핑몰 등이 들어선 대규모 리조트로 개발된다.

승마의 진미는 중앙 목초지대에 있는 엘카바요승마장에서 맛볼 수 있다.

마종은 아르헨티나산으로 30분짜리의 레저승마와 열대의 처녀림을 달리는
1시간 승마코스가 준비돼 있다.

요금은 30분짜리가 1백75페소(약 4천2백원), 1시간짜리가 3백50페소
(8천4백원)이다.

정글탐험은 수비크만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이색적인 관광상품.

몇백년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울창한 열대우림속을 헤치며 이국적인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이 곳에는 "정글 서바이블 트레이닝 캠프"라는 것도 있다.

바로 원시적인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으로 연일 몰려드는
학생들을 상대로 실습을 해 보이는 강사의 모습이 이채롭다.

< 수비크만(필리핀) = 노웅기자 >

[[[ 여행정보 ]]]

수비크는 마닐라에서 약 80km 떨어져 있는데 자동차로 3-4시간이 걸린다.

마닐라에서도 교통체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보다는 쾌속유람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운항시간이 2시간 30분 정도로 시간이 단축될뿐만 아니라 드넓은 바다와
어우러진 주변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실컷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쾌속선은 관광유람선이라기보다는 섬이 많은 필리핀에서 일종의
해상교통수단으로 운용되고 있다.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2등석인 2층에 올라가면 오히려 주변경관을 잘 볼
수 있어 좋다.

그러나 파도가 심하게 치면 오픈된 선실까지 물이 튀어 옷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다도해와는 달리 파도가 높아 롤링과 피칭이 상당한데 섬나라
사람답게 배멀미 기색을 하는 필리핀 승객은 찾아보기 어렵다.

필리핀인들의 친절하고 소박한 인간성과 만나는 것도 이 유람선을 타는
즐거움이 된다.

자동운항자치가 되어 있는 조타실에 마음대로 들어가 선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며 말만 잘하면 조타석에 앉아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정박중인 커다란 화물선과 요트부두사이를 헤치며 수도 마닐라로 입성하는
기분도 괜찮다.

요금도 1등석이 1백30페소(약 4천백20원), 2등석이 1백10페소
(3천7백20원)로 싼 편이다.

마닐라와 국제공항이 있는 수비크간에는 항공편도 매일 뜨는데 30분정도
걸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