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구단이 또다시 세계 바둑을 제패할 것인가.

그리고 생애 첫 상금랭킹 1위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인가.

오는 25일부터 펼쳐지는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대국에 국내 바둑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구단이 결승에서 맞붙게 되는 기사는 일본의 요다 구단.

요다가 "한국기사 킬러"로 유명하지만 올해들어 유독 유구단에게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초 응창기배를 넘겨준 것을 비롯 올들어 유창혁에 1승만을 건졌을
뿐이다.

요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응창기배에서 진 빚을 갚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지만 국내 바둑 전문가들은 그래도 유창혁이 객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이다.

유구단이 요다콤플렉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지난해까지 1승4패의 열세를 극복, 올들어 4승1패를 기록하는 등
요다에게 단연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창혁이 삼성화재배를 차지하게 되면 또다른 영예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 바둑사상 한해 최고수입인 7억원대를 기록하면서 상금랭킹 1위에
오르게 된다.

개인적으로 처음 맞이하는 영광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상금랭킹 1위는 이창호 구단.

올해 열린 진로배 동양증권배 TV아시아바둑선수권 후지쓰배 96 세계
바둑 최강전 등 국제기전을 휘쓸면서 벌어들인 총수입은 5억8,000만원에
달한다.

유창혁이 국제기전인 응창기배 (우승상금 3억2,000만원) 및 테크론배
등을 차지하면서 챙긴 상금은 4억4,000만원이다.

삼성화재배는 우승상금이 3억2,000만원이 걸린 대회다.

따라서 유창혁이 삼성화재배를 차지하게 되면 단숨에 7억원대를
돌파하면서 상금랭킹 순위도 이창호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라이벌 이창호에 깊은 상처를 입히게 된다.

한때 이창호 구단은 우승상금 15억원 돌파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중요한 고비마다 유창혁의 덧에 걸려 좌초됐다.

응창기배 8강전과 삼성화재배 4강전에서의 패배가 그랬고 이제는
상금랭킹 1위자리도 위태롭게 됐다.

유창혁에게는 이번 삼성화재배 결승대국이 돈과 명예를 동시에 석권할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과연 요다구단을 다시한번 제압할수 있을 것인지 바둑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