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17일에는 두개의 인상깊은 "여자우승"이 있었다.

하나는 구옥희의 일본 엘르에어오픈 우승이고 또 하나는 96 호주여자
매스터즈에서의 제인 크래프트 (호주) 우승이다.

56년생인 구옥희는 한국나이로 41세.

크래프트도 동갑이다.

남자프로도 40세가 넘으면 하향길에 접어드는 게 일반적인데 그들은
그 나이에도 "골프를 제대로 배운 신세대"를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과정도 비슷했다.

구는 최종라운드 7번홀에서 13m버디를 성공시키며 퍼팅감을 붙잡아
"노보기에 6버디"의 골프를 쳤다.

또 크래프트도 최종홀에서 역시 13m 이글퍼팅 성공으로 로라 데이비스
(영국)에 극적인 1타차 역전승을 이끌어 냈다.

지난 94년인가 일본에서 만난 구옥희는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이 나이에 미국에서 뛰기는 역부족이죠.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남은 기간동안 일본에서나 착실히 해서 은퇴후에도 쓸쓸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바람입니다"

그 얘기는 "우승은 힘들것 같고 다만 은퇴에 대비해 저축이나 하자"는
의미로 보였다.

나는 "구옥희도 이제 사라져 가는구나"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구옥희가 올 2승을 올린 것은 전성기때의 수많은 승리이상으로
값지다.

구옥희나 크래프트나 40대 프로들의 승리는 40대 여성들에게 "그들도
진정 원하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중년여성들의 골프붐이 한창인 요즘 우리 여성 골퍼들도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의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40대는 내리막 길이 아니라 여전히 오르막 길"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골프를 통해 느꼈으면 한다.


<>.오자키 마사시 (점보 오자키)는 일본 남자골프의 신화적 존재.

일본식 계보문화대로 그는 "오자키 군단"의 대왕이다.

우스개 소리겠지만 오자키 군단 선수들은 오자키의 볼이 떨어질 만한
지점 디보트를 메꿔가며 플레이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 오자키가 프로 25년 통산 100승째를 올렸다.

그는 17일 끝난 던롭피닉스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77타로
톰 왓슨을 3타차로 제치며 우승했다.

오자키의 100승은 72년 뉴질랜드에서의 한 프로대회를 제외하고
모두가 일본에서 거둔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너무 "국내적"이고 "일본내 대회는 대부분 그에게
유리하게 준비된다"고 비난하지만 100승은 100승.

그는 과정이 어떻든 관중이 원할때 우승하는 골프를 보여주고 있다.

"내가 100승 고지에 오르기에는 나이가 먹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압박감은 없었다.

나는 단지 한홀 한홀 플레이 했을 뿐이다.

내년부터 나는 다시 제로에서 시작한다"

국내용이든 국외용이든 오자키의 존재가 일본 프로골프의 밑바탕임은
분명하다.

49세의 나이에 100승을 올리며 18홀 그린에서 샴페인 세례를 받는 인물.

한국에도 그런 프로가 나오길 기대한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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